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임모씨는 지난해까지 실내온도를 24도로 맞췄지만, 올해는 전기요금 인상소식에 2도 낮췄다. /사진=김창현 기자 |
“온풍기 온도를 낮추면 또 손님이 춥다고 발길을 끊을까 봐 난감하네요 참…”
식당과 카페가 몰려있는 서울시 용산구 ‘용리단길’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임모씨(47)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10% 가까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온풍기 온도를 2도 낮췄다. 10평 규모의 작은 카페지만 층고가 높은 천장에는 온풍기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평소라면 체감온도 영하 10도 안팎을 오가는 겨울철 두 대 모두 작동시켰겠지만,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듣고 온풍기 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해 12월에는 전기요금이 28만원 나왔다. 1월달부터는 30만원 넘게 나오게 생겼다”며 “날씨가 추워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은데 30만원 훌쩍 넘는 전기요금을 감당하기는 영세한 자영업자로 쉽지 않다”고 했다. 임씨는 대화를 나누는 내내 패딩조끼를 입고 있었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에 적용하는㎾h당 전력량요금을 11.4원, 기후환경요금을 1.7원을 올린 13.1원 인상된 전기요금을 발표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인상률이 9.5%에 달한다. 1981년 2차 석유파동 이후 최대폭의 인상이다.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각자도생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50년째 용리단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최모씨(77)는 최근 가게 문 닫는 시간을 바꿨다. 10년간 오전 9시30분에 가게 문을 열어 밤 10시에 닫았지만, 코로나 이후 손님도 많지 않고 전기요금도 인상된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저녁 8시쯤 가게 문을 닫는다고 했다. 두꺼운 플리스 점퍼와 기모 바지를 입은 최씨는 “겨울철 전기요금이 10만원을 넘은 적이 없는데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전기요금이 10만원을 넘었다”며 “최근에 날씨가 추워서 온열기를 2단으로 틀었더니 계량기가 빠르게 돌아가 무서워서 다시 1단으로 낮췄다”고 했다. 종로에서 20년째 곱창집을 운영해온 윤모씨(47) 주방에는 가스레인지가 길게 늘어서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윤씨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다보니 가스요금이 피부에 가장 와 닿는다”며 “손님을 받아야 하니 요금이 오른다고 해도 이걸 줄일 수 있는게 아니다.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에도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종로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7년 동안 지하철로 출퇴근한 김모씨(65)는 “지하철은 서민의 발인데 이 요금마저 오른다니 답답하다”며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방안보다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 지하철을 탑승하는 시민들이 함께 부담을 나누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요금 인상을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나올 수 있어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는 “요금을 인상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고금리와 경기침체 국면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융자금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원은 “공공요금이 증가하는 건 금리 인상, 물가 상승 국면에서 소상공인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는 것”이라며 “지난해 기름값이 급격히 올랐을 때 정부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해줬던 것처럼 전력기금 등을 한시적으로 인하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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