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두통과 복통 때문에 타이레놀을 상비약으로 준비해두는데, 구매 제한을 한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약국에 왔다. 동네 약국들이 1인당 2통 넘게는 구매를 못하게 해서 세 곳을 돌아 5통을 간신히 구했다.”
4일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약국에서 만난 김명숙씨(45)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본지 기자가 강남구, 성북구 인근 약국 5곳을 취재한 결과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1인당 1~2통 구매 제한을 시행하고 있었다. 감기약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약국은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시민들은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전 11시50분.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약국은 이미 타이레놀이 ‘일시품절’ 상태였다. 약사 이모씨(31)는 “현재 타이레놀이 일시품절 상태”라며 “도매상을 통해 입고되는데 최근에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1명당 1통도 못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서스펜 등을 추천해도 다른 약이라고 생각하고 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삼성동의 한 약국에는 타이레놀을 문의하는 사람 6명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600m가량 떨어진 또 다른 약국에서도 당일 오전 타이레놀을 사간 사람이 총 4명이었다. 성북구 한 약국은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따로 묶어서 관리하고 있었다.
유복순씨(71)는 “타이레놀이 필요해서 사려고 했는데 두개 밖에 못산다고 미리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김미연씨(37)는 “감기약도 마스크처럼 대란 사태가 올까봐 불안하다”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선 미리 사둬야할 것 같아 일단 1통을 당장 구매했다”고 전했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들은 향후 감기약, 해열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봤다. 한 사람당 판매수량을 제한하면 약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테라플루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감기약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알렸다. 현재 대한약사회에서는 전국 약국에 감기약 판매 수량을 1인당 3~5일분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삼성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허지웅 약사(40)는 “1인당 1통씩만 판매하고 있지만, 가족이 많다거나 해외에 간다고 이야기하면 1통 정도는 더 드리기도 한다”며 “타이레놀이 절대적이라고 믿고 그것만 찾으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한 약국은 “타이레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최대 2통만 판매하고 있다”면서 “다른 감기약도 찾는 사람이 이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성북구의 다른 약국은 1인당 1통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말 직전인 금요일에는 공급이 확 떨어져 물량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밝혔다.
신분증을 통한 구매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판교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현씨(42) “최근 감기약 구매 전화 문의가 많아졌다”며 “타이레놀 외에 다른 해열제는 찾지 않아 종합감기약으로 대체해 판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량 공급을 받는 약국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도 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약국은 직거래로 거래해 대량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해당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는 “한 번에 400개 이상 들여오기 때문에 한 번에 20개도 살 수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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