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를 살해해 옷장에 숨기고 전 여자친구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진제공=경기북부경찰청 |
택시기사를 살해해 옷장에 숨긴 데 이어 전 여자친구인 동거녀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사진·31)의 신상정보 공개 이후 실물과 차이가 있는 과거 사진이 공개된 것을 두고 신상 공개 효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공개된 이기영의 사진은 운전면허증 사진으로 최소 5년 전 촬영됐다.
경찰은 피의자의 과거 사진과 현재 모습이 차이가 나 새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기영이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 공개를 거부함에 따라 운전면허증 사진을 공개했다.
현행법상 머그샷을 공개하려면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신분증 증명사진만 공개할 수 있다.
지난 10월 공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21명 가운데 18명은 신분증 증명사진이 공개됐다. 머그샷 공개에 동의한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과거에 촬영한 증명 사진이 공개돼 현재 얼굴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검찰 송치되는 신당역 살인 피의자 전주환(좌) 경찰이 공개한 신상 공개 증명사진 /사진= 뉴스1, 서울경찰청 |
검찰 송치되는 ‘N번방’ 주범 조주빈(좌) 경찰이 공개한 신상 공개 증명사진 /사진= 뉴스1, 서울경찰청 |
지난 9월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검찰에 송치될 때 언론에 보도된 모습도 앞서 경찰이 공개했던 증명사진에 비해 왜소해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역시 고등학생 때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공개돼 동일 인물로 인식하기 쉽지 않다.
신상공개제도의 입법 목적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방지, 범죄 예방이라는 점에서 신상공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정보자유법에 따라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정보로 규정하고 범죄 종류나 피의자 국적과 관계없이 공개한다. 다만 법원이 공익과 피의자의 프라이버시권을 비교해 공개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본 역시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함께 전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일본에서는 범죄사건을 보도할 때 실명보도가 원칙이다. 범죄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로 간주해 명예훼손죄의 성립 범위까지 제한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
한국에서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살해한 이석준(26)이 유일하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면서 신상공개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한 개정 법률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 공개의 구체적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마련하게 하는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8일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증명사진이 아닌 머그샷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신상공개제도가 유명무실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도가 보완돼 국민의 알 권리 보장뿐 아니라 재범을 막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석준(25)의 신상정보가 지난해 12월 14일 공개됐다. /사진제공= 서울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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