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에 걸린 빨간색 ‘비상망치’. 버스 내에 4개가 비치돼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
2016년 10월 13일이었다. 관광버스에 승객 19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가는 길이었다.
이날 밤 10시 5분쯤, 경부고속도로 편도 1차로를 타고 달리던 버스에 사고가 났다. 2차로로 방향을 튼 뒤 ‘쿵’, ‘쿵’ 충격음을 내며 콘크리트 분리벽을 들이 받았다. 버스는 100m 이상 분리벽에 부딪힌 상태로 나아갔다. 출입문쪽에선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고, 문은 벽에 막혀 열리지 않았다.
승객들은 탈출해야 한단 생각에 주먹과 발로 창문을 쳤다. ‘강화통유리’인 터라 깨지지 않았다. 버스 운전기사가 소화기를 들고 창을 깬 뒤에야, 일부 승객이 탈출했다.
이 사고로 10명이 숨졌다. 생존자는 “비상 망치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전등이 모두 나가고, 연기가 가득차는 상황이라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2016년 경부고속도로서 관광버스에서 화재가 나 10명이 숨졌다./사진=뉴스1 |
버스에 불이 나거나, 물에 잠기는 등 비상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비상망치’의 위치와, 사용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재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실제 강북소방서가 버스 탈출과 관련해 2016년 실험을 했었다. 자동차 열쇠, 스마트폰 등으로 버스 창문을 가격했지만 전혀 깨지지 않았다.
/사진=뉴스1 |
그래서 버스 내에 탈출하기 위해 비치한 게 ‘비상 망치’다. 관련법에 따라 비상 망치를 4개 이상 비치하도록 돼 있다. 앞쪽과 뒤쪽, 양옆에 하나씩 달려 있다. 경부고속도로 화재 당시 관광버스에도 앞에서 두 번째 좌석 양 옆에, 뒤에서 두 번째 양 옆에 비상망치가 비치돼 있었다.
서울 시내버스에 탑승해 둘러보니, 빨간 비상 망치 4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좌석 여러 개가 놓인 뒤쪽이 아닌, 앞쪽 유리에 ‘비상 창문’이라 쓰여 있었다. 이 유리를 깨면 된다.
‘혁신제안톡’에 올라온 해외 버스 사진. 비상망치로 어디를 가격하면 되는지 ‘스티커’를 부착해 알기 쉽게 해두었다./사진=혁신제안톡 |
유리를 깰 땐 비상 망치 끝 뾰족한 부분으로 때리면 된다. 창문 중심이 아니라, 모서리의 끝에서 10cm 떨어진 부분을 가격하면 된다. 망치가 없을 경우엔 목 받침 철심이나, 안전벨트 쇠뭉치를 이용해 깨면 된다.
강북소방서 실험 당시 참가자가 비상망치로 버스 창문을 깨는 모습./사진=뉴스1 |
시내버스 자동문은 재난시 수동으로도 열 수 있게 돼 있다. 뒷문 근처엔 동그란 노란 테두리에, 빨간 밸브가 있었다. 빨간 버튼을 눌러 밸브 커버를 연 뒤, 밸브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다.
비상망치를 빼서 비상창문 모서리 10cm 지점을 가격하면 된다./사진=남형도 기자 |
그러나 버스 승객들은 대다수 ‘비상 망치’에 대해 잘 모르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른다고 해 교육 필요성도 제기된다. 시내버스에서 만난 승객 정우일씨(35)는 “평소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비상시 탈출하기 힘들 것 같다”며 “학교 교육과 공익 광고 등 더 많은 시민이 알 수 있게 홍보해달라”고 했다.
시내버스에 있는 비상밸브. 자동을 수동으로 바꿔 문을 열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
도난 방지를 위해 나사가 박혀 있는 등 위험한 비상 망치를 봤단 이도 있었다. 또 다른 버스 승객 이소정씨(24)는 “안전 교육에 관심이 많아 비상망치를 찾아봤었는데, 나사가 박혀 있는 게 꽤 보였다”며 “도난을 막는 것도 좋지만 실제 상황에서 무용지물일 것 같다. 개선해달라”고 지적했다.
나사에 박혀 있는 비상망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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