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중 특정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
아파트와 빌라 등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주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266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와 일당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인천지법 영장전담재판부(소병진 부장판사)는 사기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A씨(61) 등 5명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해 소명되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A씨 등의 출석 상황, 심문에 임하는 태도, 일정한 주거와 직업,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제출된 기록만으로는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같은 혐의로 A씨와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4명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한 명의를 빌려주거나 보조일을 하던 중개보조인 4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1월28일 오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는 눈물로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사진=뉴스1 |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327가구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피해자 327명에게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의 전세보증금을 챙긴 뒤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고소가 집중되면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 중 대부분 차명으로 계약돼 노출되지 않았던 A씨가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0여 년 전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짓고 준공하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그가 보유한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은 무려 2700여 세대에 이르렀으며, 90%가 넘는 공동주택이 모두 미추홀구에 집중돼 있었다.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이른바 ‘빌라왕’보다 배 이상 많은 규모다.
A씨는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공인중개사 등에게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입자들은 아파트나 빌라에 우선순위로 잡혀 있는 근저당 때문에 전세 계약을 주저했다. 그런 이들에게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 등 공범들은 “전세보증금을 못 받으면 대신 돌려주겠다”며 법적 효력이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범행을 계획하지 않았고)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게 돼 부동산이 임의경매에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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