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혹한과 폭설, 강풍을 동반한 역대급 겨울 폭풍이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일부 산악지방에서 영하 46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고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심각한 사태”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1억명 이상의 발길이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기상청은 22일(현지시간) 북극의 찬 기류가 미국 중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면서 주말까지 1억3500만명 이상이 겨울철 이상기후 현상인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의 영향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북부지역에선 강추위가 시작됐다. 몬태나주의 일부 산악 지방은 이날 기온이 최저 영하 46도로 급강하했다. 덴버 역시 영하 31도를 기록해 약 32년 만에 최저 기온을 갈아치웠다. 기상학자 애슈턴 로빈슨 쿡은 “곳곳에서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눈보라가 예상된다”며 “아이오와주 데모인 등에선 체감온도가 영하 38도까지 떨어져 5분도 안 돼 동상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주 버펄로에는 최대 91㎝의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곳곳에서 혹한, 폭설이 강타하자 이날 미 전역에서는 1만편에 달하는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하루 미 전역에서 취소된 항공편은 2368편, 지연된 항공편은 8660건으로 파악된다. 전날에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595편이 취소되고 8300편이 지연됐다. 가족과 함께 몬태나에서 오클라호마로 이동하는 항공편을 탑승하려했던 멜리사 스무즌스키씨는 무려 17시간을 지연 대기해야만 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23일에도 1800여편이 이미 결항 안내를 한 상태다.
미 북부를 가로지르는 90번 고속도로는 폐쇄됐다. 기차 암트랙도 중서부를 중심으로 20개 이상 노선의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캔자스, 오클라호마 등에서는 겨울폭풍과 관련한 차량 충돌 사고로 최소 5명이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스노 데이(폭설로 학교가 쉬는 날)’ 같은 게 아니다. 심각한 일”이라며 “모든 분들이 경고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이날 기상청은 폭탄 사이클론이 닥치면 단시간 내 기온이 급강하하는 만큼 몇 분의 노출만으로도 사람들의 동상, 저체온증 등을 쉽게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 기온현상인 폭탄 사이클론은 일반적인 사이클론과는 다르다. 바람과 눈보라 위력이 폭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북극의 차가운 기류와 대서양의 습한 공기가 만나 만들어지는데, 강력한 눈보라까지 겹치면서 항공은 물론, 철도와 도로 교통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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