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악재·독립문 사이 터널에서 연기가 발생해….”
23일 오전 6시44분 서울 지하철 3호선 홍제역. 경기도 고양시 일산 대화역에서 서울 송파구 오금역으로 향하던 열차가 멈춰 섰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탔던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최초 안내는 ‘연기 발생’이라는 단어였다.
승객들은 다음 지하철 정거장인 무악재역 쪽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할 뿐이었다. 승객들은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거나 앉아 있던 이들은 계속 잠을 청하는 등 평소 지하철 아침 풍경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몇 차례 지하철 내 안내 방송이 이어졌지만, 열차에 앉아 있거나 서 있던 승객 중에서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홍제역에서 3호선을 타려는 승객들이 하나둘,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안내 방송 내용이 바뀌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터널에서 연기가 발생해 열차가 출발하지 못해 급한 승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의 멈춰 선 상황이 이른 시간 안에 개선되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지금 지하철에 있는데 무악재역 쪽에서 불이 났다고 하네요. 늦을 것 같은데….” 승객들은 회사 등으로 전화를 걸어서 현재 상황을 안내했다. 그리고 열차 밖으로 나가는 승객도 하나둘 보였다. 같은 내용의 안내 방송이 몇 차례 더 나간 이후에는 더 많은 승객이 열차에서 내렸다.
홍제역 승강장의 스피커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그 이후 열차 안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전 6시50분께 홍제역 인근 중앙 버스정류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승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버스정류장에서 출근을 기다리는 손님에 더해 3호선을 이용해 출근하려던 승객까지 버스 승강장은 대혼란이었다.
시내 방향으로 들어가는 700번대 버스와 7000번대 버스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들어찼다. 버스가 와도 타지 못할 정도로 입구부터 통로까지 승객이 가득했다. 버스 기사가 뒷문을 열어준 이후 어렵게 버스에 오른 승객들은 만원 버스에서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열차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재 지하철 3호선의 상황을 지인과 가족, 직장 동료에 휴대전화로 알리는 모습이었다.
오전 7시 9분 서울교통공사는 “오전 6시24분경 무악재~독립문역 간 연기 발생으로 약수역~구파발역 간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으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버스에 있던 승객들은 안내 문자를 통해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악재역에서 독립문역 쪽으로 향하는 도로는 평소 아침 출근길과 마찬가지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오전 7시12분께 버스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주변에 도착했을 때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줄줄이 대기한 모습이었다. 열차 내 안내방송처럼 무악재역과 독립문역 사이에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풍경이었다.
만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상당수는 운행이 가능한 다음 지하철역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 내려 출근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의 출근길은 영하 13~14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갈 정도로 강추위가 이어졌다. 지하철의 예상하지 못했던 화재 상황으로 지각을 피하지 못하게 된 승객들은 추위도 잊은 채 빠른 발걸음으로 각자의 행선지로 떠나는 모습이었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오전 6시43분께 무악재역∼독립문역 사이 터널 내 선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교통공사는 화재 진압을 위해 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구파발역 구간의 양방향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지하철 운행은 오전 8시 12분께 재개됐다. 무악재역, 독립문역·홍제역 등지에서는 인파가 밀집해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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