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창업공모전에서 수상한 목장관리 스타트업 키우소가 농협경제지주와 데이터 분쟁에 휩싸였다. 키우소는 농협경제지주의 한우 혈통·번식 등 데이터를 가공해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농협경제지주가 키우소의 데이터 접근을 차단하면서다. 키우소는 해당 데이터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수집된 공공데이터라며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농협경제지주는 조합원들의 사유재산이라며 거절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키우소는 지난 10월 공공데이터제공분쟁조정위원회에 농협경제지주를 대상으로 공공데이터 제공 거부 및 중단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최근 키우소의 조정 신청을 정식으로 접수하고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키우소가 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데이터는 농협경제지주의 ‘한우종합 개체이력조회’에서 제공하는 한우의 개체·분만·혈통·도축 등 40여가지 데이터다. 키우소는 해당 데이터를 수집해 한우의 등급 등을 자체 평가하고 농가와 우시장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가 보안문자 입력 시스템을 도입해 키우소 등 외부 인공지능(AI)의 데이터 수집을 막으면서다. 농협경제지주는 키우소에 “게재되는 정보가 정보공개법 적용대상이 아닌 민간 지역축협에서 생산하는 정보”라며 “지역축협의 지도·경제사업을 위해 농협 자체 예산으로 개발 운영되는 데이터로 무상 제공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예산 지원받아 구축한 공공데이터”vs”자체적으로 구축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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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데이터 입력주체가 지역축협인 것은 맞지만 수집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공공데이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농가에서 소가 태어날 경우 개체·분만·혈통 등의 정보는 지역축협이 일괄 수집해 정보에 따라 사단법인 한국종축개량협회(종개협),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입력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지자체는 지역축협과 종개협 등에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해 기준 정부는 9억원, 지자체는 141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키우소는 농협중앙회가 공공기관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 대표는 “농협중앙회는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고 농협법상 농협경제지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농협경제지주도 농협중앙회로 본다고 명시돼있다”며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라면 공개하는게 맞다”고 했다.
반면 농협경제지주는 수집한 정보를 종개협에 등록할 때 예산을 지원받은 것은 맞지만 농협경제지주가 운영하는 ‘한우종합 개체이력조회’의 데이터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지역축협이 정보를 수집하면서 ‘한우종합 개체이력조회’에 입력하는 것은 예산지원에 따른 의무사항이 아니며 추가적인 선택사항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지역축협이 종개협에 정보를 등록한 후 선택적으로 한우종합 개체이력조회에 입력하고 농협경제지주는 입력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아비소와 어미소가 누구인지 혈통정보 등을 재구성한다”며 “또 농협은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는 페이지를 운영할 뿐 소유주는 공공기관이 아닌 지역축협”이라고 말했다.
키우소는 농협경제지주가 준비 중인 ‘NH하나로목장’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키우소의 데이터 접근을 막더니 유사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방 대표는 “하나로목장이 키우소와 동일하게 개체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나로목장 활성화를 위해 키우소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목장 관리는 2019년 ‘한우올인원’ 애플리케이션 출시 때부터 준비해온 사업”이라며 “농협법과 시행령에 따라 농협경제지주가 조합원을 위한 정보망 구축·보급사업을 하는 것은 의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농협이 판단할 문제”…전문가 “예산 투입 주체가 분명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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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의견이 맞서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민간인 농협경제지주의 데이터 공개 여부를 농식품부가 결정할 수는 없다”며 “특히 분쟁조정 중인 사안이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해당 사안에 예산이 투입된 만큼 정부·지자체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데이터 활용이 크게 늘고 있어 유사한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지영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는 “데이터의 수집·구축 과정에 예산이 사용됐다면 예산 투입 주체가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만큼 민간에 수집·구축을 위탁하거나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데이터 활용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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