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국민보고’에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 20일 개혁과제 간담회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엿새 사이 세번째 국민과의 직접소통이다. 21일부터 각 부처가 시작하는 업무보고는 독대에서 국민 참여로 바뀌었고 윤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 대신 국민 목소리를 전해줄 자문위원들을 더 가까이 앉혔다.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 중단 후 끊긴 소통의 자리를 늘리고 윤 정부 2년 차를 맞아 성과와 업무계획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게 대통령실 구상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업무보고에 나서는 각 부처들은 “국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는 대통령실 주문에 맞춰 업무보고를 준비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진과제 등 업무보고 세부 내용 등에 대한 지시는 없었지만 국민들이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는 얘기가 오갔다”며 “현장에서 나오는 지적과 의견들도 향후 국정과제, 업무계획 등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로부터 내년도 거시 경제 전망과 핵심 경제 정책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보고 받았다.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겸해 열리는 자리다. 보고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당면 위기 극복을 위한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 민생경제 회복 방안 등에 대해 참석자들 간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위기 후 재도약과 관련해 민간 참석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신산업 육성, 구조개혁 등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국민 참여식으로 변경된 만큼 업무보고 방식이나 자리배치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세션별로 자문위원들이 먼저 발언을 하고 부처 공무원들이 답변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두 겹의 원형으로 꾸려진 자리배치 역시 안쪽에 자문위원들이, 바깥쪽이 부처 관계자들이 앉았다. 대통령이 민간, 국민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내달 중순까지 예정된 신년 업무보고 대상은 18개 부처와 4개 처, 4개 위원회, 국세청 등 청 단위 일부 기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경제 관련 부처의 업무보고는 최대한 이달 중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에서 연계부처, 기관들이 국정과제, 업무계획을 빠르게 조정해 바로 착수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업무보고가 관련성이 있는 2∼3개 부처를 한데 묶어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에도 국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상경제민생회의, 국정과제 보고, 부처별 업무보고 등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도어스테핑과 같이 정제되지 않은 답변 대신 준비된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바로 전할 기회를 만들어 줄어든 소통의 시간을 최대한 늘려가겠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시작으로 최근 엿새간 윤 대통령이 직접 진행한 3차례의 국민과의 소통 자리 역시 내외부에서 호평받고 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은 국민 패널 100명과 156분 동안 생중계로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고 전날에는 청년 200여명을 불러 노동·교육·연금 등 3개 개혁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의 신년 메시지와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앞선 자리를 통해 충분히 전달됐지만 계속되는 경제 위기, 변수 등을 감안해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민한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바로 듣는 기회가 한 달째 차단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일방적인 소통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신년 기자회견을 보류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전달되기도 했지만 첨예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비롯해 국정 상황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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