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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발목의 모래주머니 300개 풀었더니…”1조원 경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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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SK에너지 박미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이곳 주유소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규제특례를 받아 기존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했다. /사진 제공=SK에너지

기존의 낡은 규제가 산업과 기술 결합을 통한 신기술의 발목을 잡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의 규제 특례 승인 건수가 제도 시행 4년차에 300건을 돌파했다. 이 제도를 통해 신기술을 사업화한 기업은 170곳을 넘었고 매출과 투자유치, 고용 등 총 1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샌드박스 3분의 1이 산업융합 분야…사업 개시까지 기간, 평균 80일 줄어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11층 대회의실에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샌드박스 신청과제 74건을 신규 승인했다.

이날 심의위에선 SK E&S와 한국중부발전이 신청한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활용 청정수소 생산 및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운영’ 건을 포함, 수소의 생산·운송·사용 등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술특례가 대거 통과됐다.

2019년 제도 시행 이후 승인된 규제 특례 건수는 누적 기준 327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39건으로 시작해 △2020년 63건 △2021년 96건 △올해 129건이 규제샌드박스를 거쳤다.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기업이 혁신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기업 발목에 묶여있는 모래주머니를 풀어 샌드박스(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놀 듯이 신기술의 실증·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현재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의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총괄하고, 산업부의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포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금융위원회 핀테크 규제샌드박스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 규제샌드박스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규제샌드박스 △과기부 연구개발 특구 규제샌드박스 등이 운영 중이다.

2019년 제도 시행 이후 올해까지 841건 규제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면제 혹은 유예됐다. 산업부의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는 전체의 3분의 1 넘는 규제 특례를 책임졌다. 신청접수 후 사업개시까지 걸린 기간은 2019년 평균 301.6일에서 올해 11월 평균 220.3일로 80일 넘게 줄었고, 이 가운데 사업을 개시한 173개 기업은 올해 11월까지 특례사업을 통해 매출 1631억원을 올렸다. 외부에서의 투자유치는 3625억원, 자체 투자는 4929억원, 고용 증가는 866명으로 집계돼 총 1조원 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

특히 산업융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안정성과 경제성이 입증된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공유주방 서비스 등 51개 사업에 관한 규제 33개는 법령정비까지 마무리 돼 규제샌드박스를 통하지 않아도 누구나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합법적 사업근거가 마련됐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시즌2’…기획형 신설하고 민관매칭 500억 펀드 조성



산업부는 이날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KIAT와 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전자기술연구원(KETI), 강북삼성병원 등 4개 기관은 규제샌드박스 심의 전문성 강화 및 승인기업 사업화 지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문분야 규제 기업애로 공유, 특례과제 쟁점 검토 및 관련 절차의 원스톱 신속 지원 업무 관련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발전방안’을 살펴보면 △성과확산형 제도혁신 △사업화 지원 △신속한 법령정비 △운영체계 개편 등 4대 분야에 각각 3개씩 총 12개 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혁신산업의 창출·확산을 위해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를 신설한다. 미래 신산업의 규제·제도공백 요소를 먼저 포착하는 ‘미래전략기획형’과 대학과 출연 연구소의 보유기술로 사업화를 추진하려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혁신기술성과 창출형’, 민간의 혁신제품을 군에서 실증해 국방전력 강화 및 판로 확보를 노리는 ‘민군협력형’ 등 3개 유형 기획형 제도를 신설한다. 규제샌드박스 신청과제의 혁신성 강화와 신속처리 체계를 구축하고 원활한 규제 거버넌스(주체) 간 협력도 강화한다.

아울러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특례를 승인받은 기업이 조기에 신기술을 사업화 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 R&D(연구개발) 지원을 신설하고 2023년 하반기 민관 매칭 500억원 규모 ‘융합 신산업 지원펀드’를 조성하는 등 사업화·투자자금 확보를 돕기로 했다. 이 펀드는 국무조정실 주관 6개 샌드박스 승인기업에 대해 펀드약정 총액의 30% 이상을 투자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전문기관 컨설팅과 판로확보 지원, 조례 특례 등을 통해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도울 방침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신속한 법령 정비도 꾀한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으로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과제는 법령 정비까지 담보할 수 있도록 하고 민관합동소통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합리적 법령 정비를 촉진할 예정이다.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도입과 규제정비 착수법령 등을 규정한 ‘산업융합규제샌드박스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밖에 대상기업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맞춤형 규제 특례 기간을 부여하고 심의 절차를 개선할 방침이다. 특례심의위원회의 전문성과 대표성 제고를 위해 특례위·전문위 구성을 개편하고 ‘규제샌드박스 종합포털’ 구축을 통해 정보공개 강화 및 편의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창양 장관은 “규제혁신은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경제활력과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수단이고 규제샌드박스는 경쟁의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한 기업에 사업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기술발전 속도에 뒤처진 기존 규제는 신속하게 개선하고 신산업 특성에 맞는 기술·안전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등 과감한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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