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국 아파트 내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를 해킹해 주민 일상을 불법 촬영해 불법 유출한 혐의로 30대 남성을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638개 단지, 40만4847가구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해 내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촬영한 영상 일부를 온라인상에 유출한 혐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계속 분석 작업을 하고 있어 피해 가구 수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보안전문가로 자동화된 해킹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추적우회 수법과 보안 이메일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IT 보안 지식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 다중 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해킹해 범죄에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에 실명 인증이 필요 없는 해외 보안 이메일과 파일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A씨가 촬영한 영상 중 200여개는 아파트 주민의 알몸 등 사생활 장면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성적 목적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혐의점이 발견되면 성범죄 관련 혐의로 추가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의뢰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월패드 제조사 협조 아래 피해확산 방지에 중점을 두고 1년여 수사 끝에 A씨 신상을 특정, 그를 주거지에서 지난 14일 체포했다. 경찰은 이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거쳐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향후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신종 개인정보 침해 범죄에 대해 탐지·추적하는 동시에 피해예방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주택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선 세대 내 월패드 보안수칙을 준수하는 한편, 가정 내 설치된 개인 무선공유기 관리자 계정과 와이파이(WiFi) 접속 비밀번호를 재설정해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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