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분해능 20m’ 서울·인천사진 제시…18일 액체연료 운반체 발사
전문가 “외형·궤적 미뤄 노동미사일 활용 가능성”…軍 “MRBM 궤적 평가 유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이 전날 정찰위성 개발을 위해 ‘위성시험품’ 성능을 시험했다며 19일 공개한 사진을 놓고 전문가들은 군사 정찰위성으로 쓰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이란 평가를 내놨다.
이날 북한 우주개발국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했다고 발표하고, 이번 시험이 “위성촬영 및 자료전송계통과 지상관제체계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두었다”고 밝혔다.
운반체(로켓)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과 이번 시험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과 인천의 위성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공개한 위성 이미지가 이번에 촬영된 것이라면, 북한이 관측위성으로 남한지역을 20m 분해능으로 다(多)파장으로 촬영한 것”이라며 “북한이 이 정도 수준의 남한 위성촬영 사진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므로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해능 20m는 지구관측위성으로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으로는 쓸 수 없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장 교수는 “정찰위성으로 쓰려면 분해능이 0.5m는 돼야 한다”며 “북한이 제시한 사진은 그에 비하면 상업용 지구관측용 사진으로 쓰기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조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이번 시험에서 ‘우주환경 조건’에서 각종 지표를 검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극심한 온도차와 방사능 등에서 작동성을 보는 우주환경시험을 했다는 의미다.
통상 위성을 개발할 때 가혹한 우주환경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은 지상 시설에서 이뤄진다. 시설 구축과 시험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우주환경시험 시설이 없기 때문에 운반체를 고각으로 쏘아 올려 최고고도에서 서서히 떨어지게 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장 교수는 추측했다.
장 교수는 “우주환경시험을 저런 방식으로 하는 것은 일반적인 개발 과정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며 “시설이 없고 비용을 절감하려고 고각발사 방식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시험 발사 장면이라며 공개한 사진에는 액체 추진체의 모습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분출하는 화염의 색깔과 모양, 미사일 형상 등을 봤을 때 기존 액체연료의 노동 미사일 동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15일 북한이 동창리에서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했기 때문에 고체 추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북한 공개로 ‘고체연료 MRBM’은 말 그대로 추정에 그쳤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운반체의 외형과 분출 화염, 궤적 등을 볼 때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 시험에는 노동 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자체가 전날 정찰위성 시험이 맞는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기상관측에 따르면 최근 동창리에는 눈이 내렸는데도 운반체 뒤쪽 배경으로 보이는 산이 눈으로 덮여 있지 않았다. 북측 공개 사진에 나온 서울 지역도 눈이 거의 없었다.
군은 전날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궤적이라는 평가를 유지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그것을 무엇으로 부르던지 MRBM 궤적으로 비행했다”며 “발사 목적 등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오전 11시 13분께부터 12시 5분께까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MRBM 2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돼 약 500㎞ 비행했다는 것 외에는 제원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 북한이 혼란·기만전술을 펼치는 데 활용하는 등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어 공개 정보 수준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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