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상장지수펀드)가 국내에 도입된지 20주년인 올해 ETF 자산규모가 80조원을 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 대형 악재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올해에만 ETF로 7조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고 접근성이 편하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테마형 ETF보다 채권형 ETF가 인기를 끌며 시장을 견인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은 80조51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73조9600억원 수준이었던 ETF 순자산 총액은 올해 증시 부진 속에서도 신규 자금이 7조원 가까이 유입됐다.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이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ETF 시장의 키워드는 ‘변동성 대응’이다. 채권형 ETF와 대표지수형 ETF가 인기를 끌며 자금이 몰린 이유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TR ETF는 올 들어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TIGER MSCI Korea TR ETF의 순자산은 2조87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사이에만 순자산이 1조원 가량 늘었다.
올해 몸집이 가장 크게 불어난 건 채권형 ETF다. 올해 채권형 ETF에 9조5000억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유입액(1조2929억원)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다. 지난해 투자 열풍이 불었던 테마형 ETF에서 올해 1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채권형 ETF가 인기를 끈 건 통화 긴축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채권금리도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데다 향후 채권 가격 상승까지 노리는 수요가 가세하며 올해 채권 투자의 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형 ETF 중 최근 가장 ‘핫’한 상품은 만기가 있는 존속기한형 ETF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존속기한형 ETF 9종에는 3주만에 1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만기까지 보유하면 매수 시점에서 예상한 기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중도 해지 시에도 불이익이 없고 투자금액에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매달 월급처럼 배당이 들어오는 월배당 ETF도 투자자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월배당 ETF 20개 중 올해에 상장한 것만 9개다. 현재 순자산총액은 75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ETF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면서 투자 선택지가 넓어진 영향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자산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ETF는 내년에도 다양한 투자 테마 ETF, 단일 종목 ETF, 채권형 ETF, 액티브 ETF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자산 시장이 보다 안정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존의 자산간 상관관계가 다시 회복되면서 자산배분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상품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주식시장의 급격한 밸류에이션 조정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글로벌 테마 ETF의 성장세가 주춤지만 내년에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미국 인프라 투자 테마, 로봇/자동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K-컬처 등 테마 ETF를 통해 알파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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