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앞세운 美, 만화·애니강국 日 앞서…K콘텐츠 기업 ‘예열중’
드라마·영화를 비롯한 한국 작품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휩쓸면서, 이를 활용한 IP(지식재산) 비즈니스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굿즈’로 대표되는 IP커머스 시장은 K콘텐츠 기업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고정 팬층이 두터워진 만큼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IP커머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18일
CJ ENM에 따르면,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관련 IP 커머스 상품은 지금까지 총 519종이 출시됐으며 누적 매출액만 3000억원에 이른다. 신비아파트는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된 후 디지털, 게임, 극장판, 오프라인 이벤트·굿즈, 특별판까지 신비아파트 ‘유니버스’를 지속해서 넓혀 왔다. 국내에서 몇 없는 콘텐츠 IP의 비즈니스 확장 사례다.
IP커머스는 콘텐츠와 연계한 실물 상품을 기획·디자인·제작해 유통하는 사업이다. CJ ENM IP커머스 팀 관계자는 “시청자는 실생활에서 내가 사랑하는 콘텐츠를 간직하는 소비자로 진화하고, 이런 브랜드 경험은 ‘라이프타임 밸류(LTV·고객평생가치)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해외 콘텐츠 강자들은 일찌감치 주목한 수익모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IP커머스를 포괄하는 ‘캐릭터·라이선스 부문’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3000억달러(393조원)로, 전체 콘텐츠 시장 규모의 10.8%였다. 특히 콘텐츠 최강국인 미국의 작년 시장 규모는 약 1625억달러(213조원)로, 전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의 과반을 차지했다.
대표주자는 디즈니다. 디즈니는 80년 가까이 뮤지컬, 게임, 공연 등 콘텐츠뿐 아니라 테마파크, 호텔, 리조트, 크루즈 등 IP의 물리적 공간을 확장했다. 전 세계 12개 디즈니 테마파크를 찾는 연간 1억명의 이용자는 영화에서 본 장면을 놀이기구로 체험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마블 인수는 디즈니의 굿즈 및 커머스 분야를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 세계관까지 넓혔다.
‘만화·애니메이션의 천국’ 일본은 수많은 인기 캐릭터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수출에서도 캐릭터 상품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례로 2019~2020년 일본 캐릭터 시장을 주도한 ‘귀멸의 칼날’은 1억부 이상의 단행본이 팔린 것은 물론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뮤지컬에 이어 피규어·인형·패션잡화·문구 등 굿즈까지 다양한 미디어 믹스를 선보였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현실은 걸음마 단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IP 사용료 수입·지급 현황에 따르면, 한국이 작년 IP로 벌어들인 돈은 80억7000만달러(10조6000억원)였는데 같은 시기 미국은 한국의 15.5배, 일본은 5.9배를 더 벌었다. 세계적인 K콘텐츠 열풍을 고려하면 분발이 절실한 대목이다.
다만 K콘텐츠 기반의 IP커머스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도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드라마 등에 한정됐던 IP커머스 장르가 예능·교양 등으로 확대되고, 굿즈 형태도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로 변주되는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tvN 교양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는 현재까지 7권의 도서로 출판돼 누적판매 15만부를 돌파했고, 최근 아동용 도서와 학습만화 시리즈로 출간됐다.
인기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디지털아트 작가들과 협업한 NFT(대체불가토큰) 작품들은 불과 4~10초 만에 완판됐고, 2015년 이후 8개 시즌을 선보인 ‘신서유기’는 국내를 넘어 중국·대만에서도 패션잡화 등 굿즈와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CJ ENM 관계자는 “내년 1월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장면과 디자인 오브제를 적용한 의류, 잡화 등 굿즈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장르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해 IP 팬덤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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