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당 140~150원이던 폐지 가격이 70~80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탓이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온종일 폐지를 모아 팔아도 5000원 벌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한다.
1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가격…재고량만 14만t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폐지 가격(골판지)은 ㎏당 84원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152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폐지 가격은 2020년 초 중국의 폐지 수입 축소 여파로 그해 3월 최저치(㎏당 56원)를 기록한 뒤 조금씩 오르다 올해 1월부터는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배출된 종이 쓰레기는 고물상→폐지 압축상→국내외 제지공장 등의 유통 경로를 거쳐 재활용이 이뤄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출된 폐지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압축상과 제지공장 등에 재고가 쌓이는 중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제지공장의 폐지 재고량은 14만4000t에 이른다. 제지공장의 평상시 폐지 재고량이 7만~8만t 수준인데,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1만9000t을 전국 6개 비축창고에 비축하기로 하면서 줄어든 수치다. 올해 6월에는 폐지 재고량이 19만2000t까지 늘며 최고치를 찍었다.
압축상과 제지공장에 폐지 재고가 쌓이면 폐지가격은 내려가고 1차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도 수입이 되지 않으니, 폐지 수거 중단으로 이어지고 결국 길거리 곳곳에 폐지가 쌓이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폐지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9000t의 폐지를 추가로 공공비축하기로 했지만, 폐지가격 안정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폐지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종이 제품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상품 포장 박스 등의 원료로 쓰이는 골판지 원지의 생산량은 지난해 12월 51만1412t이었으나, 올해 들어 8월까지는 월 생산량이 50만t 아래로 떨어졌다.
재활용 처리 비용이 오히려 새 제품 생산가격보다 더 비싼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새로운 재료로 만드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재활용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재활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졌다”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폐지들은 갈 곳 없이 쌓일 수밖에 없고 처치 곤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 비축을 하는 것도 부지가 한정돼 있어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 조정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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