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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청담 스쿨존 참변’에 “안전지킴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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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풍납파출소 내부. 아동안전지킴이들이 출근 전 간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9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풍납파출소 내부. 아동안전지킴이들이 출근 전 간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돈 보다도 봉사직이라고 봐야지.”

이른 아침 겨울비가 내린 지난 9일 정오. 체감온도 섭씨 8도의 다소 포근한 날씨임이 무색하게 두꺼운 겉옷으로 무장한 이들이 서울 송파구 풍납파출소에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파출소 내부 한쪽에 칸막이로 분리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4평(13.22㎡) 남짓한 이 공간에 모인 남녀 6명은 머리색이 군데군데 희끗했다. 이 지역 아동안전지킴이(지킴이)들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은 2009년부터(세종경찰청은 2019년부터 충남경찰청에서 분리돼 별도 선발) 매년 2월쯤 서류심사, 체력검사, 면접을 거쳐 지킴이를 선발하고 있다. 풍납파출소에 있는 6명을 포함해 서울에는 지킴이 1198명이 있다. 이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약 10개월 동안 관할 지역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맡는다.

낮 1시를 넘어서자 풍납파출소 지킴이들은 ‘형광조끼’를 걸친 뒤 두 명씩 조를 이뤄 각자 맡은 초등학교 앞으로 흩어졌다. 김영균씨(73)와 김용현씨(71)는 송파구 토성초등학교 앞으로 향했다. 시계가 오후 1시20분을 가리킬 때쯤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교문을 나서기 시작하자 둘은 교통통제를 시작했다. 이들은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는 말과 함께 “휴대폰 보지 말고 앞을 보고 걸으라”며 타이르기 시작했다. 김용현씨는 “지금 나오는 애들은 1~2학년인데 겁이 없다”고 말했다.

9일 오후 2시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 골목길. 김용현씨(좌측 사진)가 한 유치원 앞에서 ‘금연구역’ 스티커가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뒤이어 오던 김영균씨(우측 사진)는 바닥에 떨어진 신용카드를 습득해서 활동 종료 후 파출소에 인계했다. /사진=김도엽 기자
9일 오후 2시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 골목길. 김용현씨(좌측 사진)가 한 유치원 앞에서 ‘금연구역’ 스티커가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뒤이어 오던 김영균씨(우측 사진)는 바닥에 떨어진 신용카드를 습득해서 활동 종료 후 파출소에 인계했다. /사진=김도엽 기자

토성초 저학년 100여명이 하굣길에 오른 오후 1시20분부터 1시40분 사이 이 앞을 지나간 차량은 대부분 인근 학원 스티커가 붙은 육중한 승합차량이었다. 토성초 정문부터 난 길은 직선으로 대로까지 이어져 있었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초록색이나 빨간색 노면이 아닌 평범한 검정색 아스팔트 길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차량은 규정 속도인 시속 30㎞를 준수했다.

저학년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고 지킴이들의 업무가 끝나지는 않았다. 오후 2시쯤 지킴이들은 2~3층짜리 빨간색 벽돌 빌라로 가득 찬 골목길로 향했다. 앞장서 골목길을 걷던 김용현씨는 “이렇게 유치원 앞에는 ‘금연구역’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없네…”라며 “구청에 연락해야겠다”고 말했다. 뒤를 따르던 김영균씨는 “이따 경찰분들한테 갖다 줘야 한다”며 바닥에 떨어진 신용카드를 주워 가방에 넣었다.

3년째 풍납파출소에서 지킴이 일을 하고 있는 김영균씨는 “돈 보다도 봉사직이라고 봐야지”라며 “근처에 사는 노인들이 소일거리도 하고 지역에 봉사도 하고 그런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균씨는 “요즘 같은 겨울에는 상당히 춥지만 손주들 보살피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했다.

9일 오후 1시쯤 20분 서울 송파구 토성초등학교 인근. 아동안전지킴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통제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9일 오후 1시쯤 20분 서울 송파구 토성초등학교 인근. 아동안전지킴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통제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청담동 스쿨존 참변’ 그 시간에 지킴이는 없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킴이들에게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뼈아프다. 지난 2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를 낸 30대 남성 A씨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활동하는 지킴이 김모씨는 청담동 사고에 대해 “지킴이의 근무시간이 늘어나서 더 꼼꼼히 순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킴이의 근무시간은 제한적인 반면에 정해진 순찰코스가 있어서 한 곳에서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씨의 지적처럼 지킴이들의 활동시간은 월~목요일 3시간, 금요일 2시간으로 1주일에 총 14시간이다. 대부분 초등학생들의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낮 12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활동한다. 하지만 3시간 이내에 담당 지구대나 파출소가 정한 순찰코스를 돌며 활동해야 해서 한 곳에서의 안전 통제는 사실상 어렵다.

13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홀로 선 초등학생이 스쿨존 사망사고가 났던 곳 바로 옆에서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13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홀로 선 초등학생이 스쿨존 사망사고가 났던 곳 바로 옆에서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사고 당시 언북초 인근에는 지킴이들이 없었다. 언북초 관계자는 “지킴이들은 하굣길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오후 1시쯤 언북초 정문부터 후문까지 10분 정도 둘러보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지킴이들의 정해진 활동시간이 짧아 초등학생들의 하굣길 안전을 오롯이 책임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통상 초등학생들의 하굣길은 오후 1시쯤부터 방과 후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지킴이의 활동시간은 하루 3시간에 불과하다. 지킴이들의 안전활동이 하교 시간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는 얘기다. 언북초 스쿨존에서 사고가 난 시각도 방과 후 수업이 끝난 오후 5시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으로 더 많은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주려는 게 아동안전지킴이 정책의 최초 취지”라며 “근무 시간을 늘리는 등 정책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산을 편성하는 시·도와 예산안을 만드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사이의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9일 오후 4시쯤. 서울 송파구 풍납파출소 앞. 세 시간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한 지킴이들이 장부성 풍납파출소장과 함께 아동안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9일 오후 4시쯤. 서울 송파구 풍납파출소 앞. 세 시간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한 지킴이들이 장부성 풍납파출소장과 함께 아동안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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