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면서 전 정권과 차별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정책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를 개선하고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인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文 시절 멈춘 ‘북한인권’ 논의 재가동
10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기웅 통일부 차관 주재로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통일부와 외교부, 법무부, 국가안보실 등 관계기관의 국장급 간부들이 참석했으며, 올해 만료되는 2차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의 뒤를 이을 3차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협의회는 2020년 5월을 마지막으로, 2년 넘게 소집되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구성되는 협의회는 북한인권 현안을 다루고 관련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지만, ‘남북평화’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8월부터 재가동됐고 이번이 두 번째다.
3차 계획은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앞선 2차 계획은 ‘북한의 입장과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겨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정부 때 중단됐던 북한인권 논의에 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달라진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만큼 주목도가 높다.
김 차관은 회의에 앞서 “3차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은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 처음 수립하는 북한인권 관련 3개년 중장기 계획”이라며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 방향과 앞으로 해야 할 주요 과제를 정립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말만 강조”…여야 대립에 묻힌 ‘북한인권’
문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2차 계획은 만료를 불과 3주 남겨둔데다,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은 자문위원회 협의를 거쳐야만 국회에 보고할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1월 1기 자문위를 구성했지만, 임기 2년이 종료된 뒤부터 차기 자문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 1명 포함 10명 이내의 위원들로 자문위를 꾸려야 하는데, 국회의 추천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차관도 “기본계획(을 위한) 자문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 같은 문제를 언급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북한인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 협조를 끌어내는 게 선결과제로 꼽힌다. 6년 넘게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의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재단 구성 시 이사장 포함 12명 이내의 이사를 두게 돼 있는데, 민주당이 야당 몫의 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절차 문제…”할 수 있는 일 하겠다”
정부와 정치권이 불협화음을 내는 사이 일각에선 통일부가 절차를 어기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통일부는 최근 대북 인권단체 대표나 학계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3차 계획에 대한 원고 의뢰 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문위를 꾸리지 상황에서 의견 수렴을 시도한 것인데, 이를 두고 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자문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부가 최근 관련 인사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시도한 건 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은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기 자문위원회 임기가 끝난 게 2019년 1월인데 여태 자문위 구성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런 식으로 자문을 받으려는 건 절차상 하자”라고 덧붙였다.
다만 통일부는 “절차를 무시한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는 입장이다. 자문위 구성은 국회의 몫인 만큼 그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3차 계획 수립을 위한 준비를 지속하되, 추후 자문위가 정식으로 구성되면 절차에 따른 협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게 통일부의 계획이다.
김기웅 통일부 차관은 “저희로선 할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기본계획을 정부 내에서 수립하고, 이후 자문위원회가 구성되면 자문을 받아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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