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멸망했습니다.” , “이과생들 어떻게 할 수 없나요 ㅠㅠ”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0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영역이 134점, 수학 영역은 145점이다. 또 만점자 3명 모두 이공계에서 나오면서, 수능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문과생의 완벽한 패배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표준점수는 시험의 어려움 정도를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 성적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반대로 시험이 쉬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이와 관련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이나 높게 형성되면서 이과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과생들이 한탄하는 이유다.
이날 수능 관련 커뮤니티 ‘오르비’에는 이 같은 상황을 빗대어 여러 말이 나왔다. 한 수험생은 “역시 큰일은 이과지”라며 수능 만점자 모두 이공계에서 나왔다는 점을 부각하는 글을 올렸다. 평가원에 따르면 전 과목 만점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재학생이 2명, 졸업생이 1명이다. 모두 과학 탐구를 선택한 학생들로, 수능 만점자는 국어, 수학, 탐구과목을 기준으로 모든 문제를 맞히고,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에서 1등급인 학생을 의미한다.
수능 만점자가 모두 이공계에서 나오면서 문과생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라며 토로했다.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학과까지 휩쓰는 소위 ‘문과 침공’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이다.
앞서 국어·수학 표준점수 만점자 간 2점 격차를 보였던 지난해에도 경희대 인문·사회계열에 합격한 수험생 중 60.3%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한 이과생으로 나타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이 같은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현상은 올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이 지난 4~16일 올해 수험생 17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과생 1263명 중 59.0%가 문과 교차지원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문과로 교차지원을 할 경우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 학과가 아닌 대학 브랜드(73%)로 파악됐다. 학생들 각자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통합 수능의 취지와 달리 ‘대학 간판’을 좇는 현상을 심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이유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과생들 입장에서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수능)시험 자체가 조정되거나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통합수능 제도를 바꿀 수 없다면 대학 차원에서 교차지원을 제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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