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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게으른 뉴스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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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음악을 들으며 가끔 뉴스를 생각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는 음악과 비슷하다. 음악 산업이 변화한 궤적을 뉴스 산업이 (조금 뒤처져) 따라가고 있다. 오랫동안 음악의 향유는 집단적이고 비일상적인 이벤트였다. 티켓을 구하고 공연장에서 열중하여 들은 뒤, 다른 이들과 어울려 그 음악을 평했다. 1870년대 미국 배경의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에서 주인공이 마을 주민들에게 신문 읽어주는 장면은 음악 공연과 정확히 닮았다. 음악 이용의 (동질적 텍스트를 함께 누리는) 집단성과 (특별한 순간에 벌어지는) 비일상성은 디지털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MP3 파일이 음악에 끼친 영향은 정보 검색 엔진이 뉴스에 끼친 영향과 비슷하다. 여러 텍스트를 모두 이용할 것을 기대하는 앨범(또는 32면짜리 종이신문)의 의미가 사라지고, 낱개 음악(또는 낱개 기사)만 유통된다. 소속 음반사(또는 언론사)의 영향력은 퇴색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또는 포털)가 지배력을 갖는다. 대신, 개별 뮤지션(또는 언론인)에 대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행운과 조건을 갖춘 소수는 과거에 비할 바 없는 대중적·상업적 성공을 누린다.

레이블의 아우라와 뮤지션의 스토리에 버무려 음악을 즐겼던 이들에겐 문명의 퇴보처럼 보이겠지만, 이 변화는 불가역적이다. 시장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원리 또는 환상에 의해 작동한다. 선택의 자유가 지배하는 세계의 진보는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있다. 디지털은 이를 궁극적 수준에서 구현했다(고 속이고 있다).

디지털이 꾸며놓은 자유 시장에서 음악 이용자는 두 가지만 선택한다. 스포티파이, 멜론, 애플뮤직 등 스트리밍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그다음, 즐겨 듣는 음악만 골라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꾸민다. 이는 섬세하면서도 게으르고, 합리적이면서도 해로운 선택이다. 여러 플랫폼을 비교하는 섬세함은 하나의 플랫폼만 이용하는 나태함을 위한 것이고, 취향에 맞는 음악만 고르는 합리성은 음악 취향을 좁히는 자기파괴로 이어진다.

뉴스 이용이 딱 그렇다. 복잡다단한 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급되는 환경에서 뉴스 이용자는 특정 플랫폼과 콘텐츠를 골라 ‘각자의 뉴스 시공간’을 구성한다. 아침 출근길엔 휴대폰으로 포털 초기 화면만 살펴보고, 퇴근길엔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시사 숏츠를 대충 보고, 잠자리에선 시사 유튜브 채널을 챙겨 보는 일상을 반복한다.

▲ 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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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은 이를 ‘미디어 레퍼토리’ 또는 ‘미디어 매트릭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나는 ‘뉴스 플레이리스트’라는 비유가 마음에 들어 제시해본다. 이 단어는 개인의 선택에 주목하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탄핵에 반대한다며 운집하는 수만 명의 군중을 편향적 뉴스 소비 때문에 집단극화한 무리로만 치부하는 것은 조금 게으른 진단이다. 나는 그들의 뉴스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 그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뉴스가 삽입되는 순간이 언제인지, 그런 일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사실보다 앞서는 이념, 이념보다 단단한 취향, 취향보다 강력한 습관은 도대체 언제 바뀌는 것인가.

그걸 설명하긴 아직 어렵지만, 나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을 보러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가 옆 무대의 낯선 뮤지션에게 충격을 받으면, 귀갓길의 플레이리스트가 바뀐다. 관행의 균열이나 파괴는 외부 압력이나 충격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만의 뉴스 플레이리스트를 아무리 고집해도 ‘다른 뉴스를 봐야만 하는’ 압력이 형성되면, 그리고 그때 접한 뉴스에서 효능감을 얻으면, 플레이리스트가 변한다.

내란은 서로 다른 텍스트가 한자리에 진열된 뉴스 페스티벌의 시공간이다. 수많은 이용자의 뉴스 플레이리스트를 바꿀 절호의 (당분간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글에 정보 피로를 해소할 기사 장르에 관해 적었는데, 이는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뉴스 플레이리스트 시대에 적응하는 저널리즘의 생존 전략은 (간헐적으로 성취하는) 멋진 1면 편집이나 파편 정보를 담은 독점 리포트에 있지 않다. 여러 결실 가운데 빛깔 좋은 것만 골라 매년 출하하려는, 하나만 맛봐도 한 박스를 주문하게 만들려는, 올해 우연히 먹고 내년에 또 찾게 만들려는 농부의 전략이 새 뉴스 전략의 모범이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가끔 뉴스를 생각한다. 스트리밍 앱을 켜고, 플레이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외울 지경으로 익숙한 음악을 들으며 안식을 얻다가, 내가 음악을 듣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뉴스를 이용하는 세상을 생각한다. 그 세상에 적응하려 몸부림치는 기자들을 생각한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 가끔 마음이 먹먹해진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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