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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슨 항모를 보며 충무공의 혜안을 절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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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모함이 한국을 찾았다. 

주인공은 부산의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칼빈슨(Carl Vinson)함으로, 핵추진 항공모함(CVN)이다. 항공모함은 절대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하지 않기에 항모전단에 속한 순양함과 이지스함도 함께 입항했다.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함(CVN-70)이 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 연합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함(CVN-70)이 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 연합

칼빈슨함은 한국인에게 이미 친숙한 항공모함이다. 2000년대 들어서만도 한미 해군 연합훈련을 위해 부산을 4차례나 입항했다. 지난해 7월 실시한 환태평양 훈련(RIMPAC) 훈련 시에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 히캄(Hickam) 기지에서 그 위용을 드러냈다. 

7일 졸업을 앞둔 해군사관학교 79기 생도들이 작년 10월 순항훈련차 미국 샌디에고를 방문했을 때 생도들을 반겨주기도 했다. 

누구나 알만한 작전에도 대거 참여했다. 1996년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공격하자 미국이 응징에 나섰고 그 첫 공격을 칼빈슨함이 주도했다. 2011년 9∙11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참수작전’에 투입돼 사살된 빈 라덴의 시신을 수장시키기도 했다. 개전과 동시에 압도적인 공중전력으로 공습에 나서고 적의 핵심 시설을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첫 공습’ 전문이다.

1982년 취역한 칼빈슨함은 건조 비용만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함께 하는 전단 세력을 가치로 환산하면 18조원에 이른다. 칼빈슨함은 전장이 333M에 전폭 77M로, 축구장 3개 규모에 달한다. 배수량은 자그마치 10만톤에 육박하며 높이는 74M로 24층 건물과 맞먹는다. 승조원만도 5500여 명에 이른다. 탑건 전투기로 익숙한 슈퍼호넷(FA-18) 전투기를 비롯해 호크아이 조기경보기(E-2C), 대잠수함기(S-3A) 등 6종의 8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미군의 5세대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Ⅱ 기종 가운데 해군용으로 개발한 C유형을 미 해군 최초로 주력 함재기로 탑재한 항모이다. F-35C는 1대당 1억 달러(한화 1280억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칼빈슨함 전단은 세계 7~8위권 국가의 해군력과 맞먹는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인 F-35C가 칼빈슨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모습. / 연합
▲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인 F-35C가 칼빈슨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모습. / 연합

함장인 매튜 토마스(Matthew C. Thomas) 대령은 FA-18, E-2C 등 기종에 대해 4300시간 이상의 비행 경험을 보유한 해군 항공 조종사 출신이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니미츠 항공모함 부함장(부장)을 거쳐 2023년 8월 부임해 칼빈슨함의 지휘를 맡고 있다. 

미 해군 3함대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제1항모강습단 소속 칼빈슨함은 미 3함대사령부 책임 해역 뿐만 아니라 미 7함대사령부 해역에서도 활동하며, 미 태평양함대사령부의 광활한 작전 수행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미 해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 항공모함이 있다. 항공모함은 바다 위에서 항공기를 전개시키고, 유지와 보수도 함께 이뤄져 바야흐로 ‘떠다니는 군사기지’이다. 따라서 항공모함이 투입되는 지역의 제공권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고, 수상함과 잠수함 작전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보다 폭넓은 작전을 가능케 한다. 

​▲ 군사력 평가기관인 미국의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전 세계 항공모함 보유국가 현황. 헬기 탑재 항공모함은 제외된 숫자이다. / 생생비즈 그래픽
​▲ 군사력 평가기관인 미국의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전 세계 항공모함 보유국가 현황. 헬기 탑재 항공모함은 제외된 숫자이다. / 생생비즈 그래픽

하지만 한국 해군은 어떤가. 우리 해군의 열망이 담긴 경항공모함 사업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첫 삽을 뜨던 사업은 문재인 정부인 2020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경항모의 청사진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까지 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예산과 병력 자원마저 감소하는 상황들이 꼬이면서 경항모 사업을 준비하는 조직도 유명무실해졌다.    

해군이 갖고자 하는 경항공모함은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한 3만 톤급이다. 2033년까지 2조300억원을 투입해 전력화하는 것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다시금 위기를 맞았다.

반면, 주변국인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10여 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으로 이미 보유중인 이즈모(Izumo)함과 카가(Kaga)함에 대해 경항공모함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이 일찍이 적의 침입이 있을 것을 염려해 별도로 거북선을 만들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당포해전에서 승전보를 거둔 후 올린 장계 내용이다. 충무공의 ‘혜안(慧眼)’으로 건조된 거북선은 전장을 제압하고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하는데 기여했다. ‘21세기 거북선’은 분명 경항공모함일진대 충무공의 혜안이 정녕 우리 시대에는 없는 것일까 싶어 아쉽기만 하다.

생생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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