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골프복 시장은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했던 골프 인구가 사그라들면서 덩달아 부진을 겪고 있는 탓이다. 업계는 브랜드 철수와 사업 축소로 위기를 극복하는 중이다. 일부 업체는 사명을 바꾸고,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로나 엔데믹에 시들해진 골프웨어… 사업 규모 축소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골프복 업체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해 매출액이 3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74%가량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파리게이츠, 핑, 세인트앤드류스 등 해외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골프복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와 연령대별로 다양한 브랜드를 갖춰 골프 인구 증가와 함께 상승세를 탔으나, 2023년부터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지포어, 왁,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등 골프복을 운영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 감소한 1조2120억원, 영업이익은 64% 줄어든 164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골프복 외에 여성복, 남성복, 잡화 등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 감소에 따라 노후화된 골프웨어를 우선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1985년 출범한 잭니클라우스는 사업 운영권을 제3자에게 주는 서브 라이선스 사업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바꾼다. 또 엘로드는 골프 클럽 전문 브랜드로 전환한다.

까스텔바작도 지난해 매출이 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93억원으로, 전년(10억)보다 적자 폭이 늘었다.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골프복 매출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오는 1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형지글로벌로 바꾸고, 사업 목적에 ‘스포츠마케팅 및 스포츠매니지먼트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스포츠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KLPGA 정규투어 유망주 이정민 프로를 시작으로 스포츠 경영 및 관리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PGA투어·LPGA 골프웨어를 운영하는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 감소한 256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214억원으로 약 113% 줄었다. 회사 측은 국내 및 중국법인의 매출 감소 및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한 매출원가율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적 부진으로 PGA투어·LPGA 골프웨어는 선수 후원을 중단하고 매장을 줄이며 운영 효율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골프와 LF의 랜덤골프클럽이 출범 1년 만인 지난해 시장에서 철수했다.

◇상위권 브랜드도 매출 감소… 아웃도어·해외 진출로 성장동력 마련
골프복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호황을 맞았다. 호흡기 질환 전염 우려가 적은 안전한 실외 스포츠라는 이유로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다. 이 시기 골프에 입문한 20~30대 젊은이들이 늘면서 ‘골린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자연스레 의류 업체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골프복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엔데믹(풍토병화)과 경기 불황 등이 맞물리며 골프 인구가 줄면서 골프복 업체들도 위기를 맞았다.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 대신, 맨몸 운동인 러닝에 몰리면서 아식스, 호카 등 러닝화 브랜드가 부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행된 ‘국내 골프 산업의 현재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3년 처음 감소했다. 덩달아 골프 관련 수요도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골프용품 수입액은 2023년 7억 2840만달러(약 1조88억원)로 2022년보다 17% 급감했다. 이런 추세는 작년에도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복 상위 20개 브랜드의 총매출은 1조2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포어, PXG골프, 타이틀리스트 등 상위권 브랜드들도 지난해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며 “뜨내기 골퍼들이 유입됐다 빠지면서, 골프복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진성 골퍼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골프복 업계는 신사업과 해외 진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골프복 시장 점유 1위 업체인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 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중이다. 이를 위해 이태리 하이드로겐, 스위스 마무트, 일본 앤드원더 등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수년 내 매출 1조원대의 종합 스포츠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코오롱FnC는 미국 지포어 본사로부터 일본·중국 마스터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앞서 회사는 중국에서 코오롱스포츠를 매출 7500억원 브랜드로 띄운 경험이 있다.
반면, 골프복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곳도 있다. 스크린 골프 업체 골프존은 최근 ‘골프존 어패럴’을 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0%, 16%씩 줄어든 바 있다. 이에 회사는 골프존 아카데미 등 자사 플랫폼에서 골프복을 판매해 반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