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인천시 본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는 46.35%로 집계됐다. 8개 특별·광역시 평균인 54.28%에도 못 미친다. 2022년 51.08% 수준이었던 재정자립도는 이듬해 50.34%, 지난해 46.79%로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전체 예산 규모에서 지방세와 세외 수입을 합친 비중을 일컫는다.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 징수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국비 확보 규모가 늘어나면서 재정자립도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체 재원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하락 추세라는 점은 재정 운용에 긍정적 신호는 아니다.
2015년까지만 해도 62.8%에 달했던 자체 재원 비중은 10년 만에 40%대로 내려앉았다. 자체 재원과 대비되는 의존 재원에는 중앙정부로부터 이전받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이 포함된다. 의존 재원 비중이 증가할수록 재정적 자립에 어려움이 따른다. 재정 측면에서 지방자치 30년은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된 현실로 이어졌다.

▲지방소비세에만 기댄 재정분권
2019년 12월 행정안전부는 “자치분권의 밑거름”이라며 ‘1단계 재정분권’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뼈대로 하는 7개 재정분권 관계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2018년 ’78대 22’에서 2020년 ’75대 25’로 개선될 전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재정분권은 재정과 관련한 권한과 결정 자율성을 이양하는 개념이다. 지방분권은 중앙에 집중된 사무·재정·조직·자치 분야 등 권한을 지방정부와 나누고 지방이 결정한다는 의미다. 이런 선상에서 재정분권은 지방이 세입과 세출을 결정하고, 중앙정부로부터 의사결정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정분권 1단계 정책으로 정부는 국세인 부가가치세 세수 일부를 이양하면서 지방소비세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지방소비세는 2010년 도입됐는데, 세수가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도록 시도별 소비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배분한다.
재정분권 정책은 수도권으로 묶인 인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정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지역별 가중치를 가장 낮게 책정한 까닭이다.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인천시 지방소비세 규모는 9571억원인데 부산시는 1조4617억원, 대구시는 1조1544억원이다.
인천연구원은 ‘지역상생발전기금 배분 개선 방안 연구'(2022) 보고서에서 “1단계 재정분권으로 인한 인천시 세입 순증 규모는 17개 시도 중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소비세와 연동한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3개 시도는 해마다 출연금도 내고 있다. 2010년 이후 올해까지 인천시 누적 출연금은 7350억원에 이른다. 지방재정 확충을 목표로 2021년부터 추진된 2단계 재정분권 역시 지방소비세 인상이 핵심이다.

▲재정자립도 하락, 분권의 역설
지방소비세를 중심으로 재정분권이 추진된 건 재정자립도를 확대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자체 재원은 이전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세입 순증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정분권이 시행됐는데도 인천시 사례처럼 일부 지자체에선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법적·의무적 지출 비중이 높은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 세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일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세입 기반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자체 재정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합리적 재원 배분 및 재정 확충 방안'(2023) 보고서에서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으로 지방자치단체 자체 재원은 확대됐으나 재정자립도는 하락하는 경향이 대두됐다”며 “지방의 세출 규모와 국고보조금 증가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의존 재원 비중이 높아질수록 지방 재정은 중앙정부 정책 수요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행정 수요를 고려한 자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갇히는 셈이다. 세원 배분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체 수입 중심 재정 확충을 통해 지방이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방재정제도의 진단과 차세대 재정분권 의제'(2023) 보고서를 통해 “지방세 부문에서 중앙정부의 재정 조정 기능을 축소하고, 지방정부가 지방세를 직접 관할하는 자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며 “재정분권은 분권 헌법의 기반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주재정권 담긴 개헌론 주목
현행 헌법은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세를 조례로 신설하려고 해도 이러한 ‘조세법률주의’에 가로막힌다.
특히 복지를 비롯한 중앙정부 정책 비용이 상당 부분 지자체에 전가되면서 재정 측면에서 국가 의존도는 심화하고 있다. 지방이 자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원도 갈수록 고갈되는 구조다.
재정은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 세목과 세율이 중앙정부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에서 지방이 자율적 주체로 일어서려면 헌법에서 과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분권 실현 추진단’ 공동단장은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를 시행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지방정부의 자주재정권 보장과 함께 지방세 조례주의 등이 개헌안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분권은 탄핵 정국에서 분출하는 개헌론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최근 공개한 개헌안에는 자주재정권과 재정 조정 제도, 지방세 신설권 등이 포함됐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정부가 자주재정권을 가지면서 재정력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정부 상호 간에 적정한 재정 조정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국세와 지방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되, 지방정부 여건에 따라 자치에 관한 규정으로 지방세 종목과 세율을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예산 15조 육박…30년 만에 10배 규모 성장
외환위기·부채도시 오명 극복
2019년 최초 10조원 시대 열어
서울 이어 2위 ‘경제 도시’ 성장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며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명칭이 바뀐 1995년 인천시 본예산 규모는 1조5103억원이었다. ‘완벽한 광역시 자치 기반 구축’을 시정 방향으로 내세웠던 그해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송도 해상 신도시'(송도국제도시)를 건설하며 세계화 거점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30년 세월이 흘러 올해 시 본예산은 14조9429억원으로 10배 규모가 됐다. 1995년까지만 해도 230만명대였던 주민등록 인구가 올 1월 기준 302만명으로 늘고, 2023년 117조원에 이르는 지역내총생산(GRDP)을 기록하며 서울에 이은 경제 규모 2위 도시로 성장하는 동안 예산 규모가 급증했지만 인천 재정은 부침도 겪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외환 위기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1998년 2조2302억원이었던 본예산 규모는 이듬해 1조7466억원으로 위축됐고, 21세기를 맞은 2000년까지도 1조9692억원에 머물렀다.
반등의 계기는 2000년대 초중반 찾아왔다. 인천공항과 인천항,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발판 삼아 ‘동북아 관문 도시’ 비전이 제시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활발해진 시기다. 2005년 본예산 규모는 3조9334억원까지 늘어났다. 당시 안상수 시장은 예산안 제안 설명에서 “도시 개발 추진과 함께 국제 물류 비즈니스 중심 도시 실현을 위해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0년 본예산은 7조1076억원으로 치솟으며 인천 재정은 성장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과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등 국제 행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같은 대형 투자 사업들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다.
대규모 지출이 증가하면서 인천시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40%에 육박했고, 급기야 2015년 ‘재정 위기 주의단체’로 지정됐다.
그해 본예산은 7조7645억원으로 전년도보다 뒷걸음질 쳤다. 민선 6기 출범으로 취임한 유정복 시장이 ‘재정 건전화 3개년 계획’을 수립·이행하면서 2018년 재정 정상 단체로 전환됐고, ‘부채도시’라는 오명도 벗었다.
재정난을 극복한 시는 2019년 본예산 10조1104억원을 편성하며 처음으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본예산은 14조9429억원까지 증가했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11월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제안 설명을 통해 “도로·철도 등 필수적 투자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신속하게 추진하되 불요불급한 지출은 최소화해 민선 8기 건전 재정 기조를 지속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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