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 4%대에 그칠 것이라는 세계 경제계의 전망과 비교하면 공격적 목표다. 지난해 중국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해 올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 중국은 올해 내수 진작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산업을 앞세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정적자율을 30년 만에 상향 조정하는 등 지난해보다 더 많은 돈을 풀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올해 성장률 목표 5% 안팎… 물가 목표치는 2%로 하향 조정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정기 국회 격)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이후 3년째 같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와 일치한다. 단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의 레이먼드 융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야심 찬 성장 목표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수준”이라며 “이 수치는 중국 정부가 외부 불확실성과 미국과의 무역 긴장 속에서 성장을 지원하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시장 전망치 평균은 4.5%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가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있다. 트럼프는 재취임 후 두 번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총 20%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지난해 수출은 중국 경제 성장에서 3분의 1을 차지했는데, 이 부분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리 총리도 “외부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고, 우리의 무역과 과학, 기술 및 기타 분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심화하고 다자간 무역 체제가 방해를 받고 관세 장벽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부진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 중국도 이를 인정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3% 안팎’에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 안팎’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는 “국내 수요 부진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CNBC는 “새로운 물가 목표는 실현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상한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2%에 그쳤다.

◇ 내수 진작·첨단산업 육성해 경제 성장 견인
중국은 올해 수출 대신 내수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10대 주요 과제에서 ‘소비 진작·투자 효율 향상·국내 수요 확대’를 지난해 3번째 순서에서 첫 번째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돈도 더 많이 풀기로 했다. 재정적자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안팎’으로 설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994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3.0%였는데, 2023년 실제 재정적자율(3.8%)보다 낮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십년간 공식 재정적자율을 3%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한 중국이 암묵적인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트럼프와 무역 전쟁으로 인해 수출이 위협받자 국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비전통적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재정 적자 목표치를 뜯어보면,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량이 지난해 1조위안(약 200조7000억원)보다 많은 1조3000억위안(약 260조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3000억위안(약 100조4000억원)은 전기차, 가전제품 및 기타 제품에 적용되는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보조금 지급)’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국유은행 자본 확충 용도로 5000억위안 규모의 특별국채도 추가 발행해 적극 통화정책 부문에 대해서도 리 총리는 “적시에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과 이자율(기준금리)을 낮추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며, 사회자금 조달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성장동력으로는 첨단기술 산업을 제시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 예산은 3981억1900만위안(약 79조9000억원원)으로 책정됐다. 리 총리는 “AI플러스(AI+·인공지능과 다른 산업을 결합하는 전략) 행동을 지속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우위, 시장의 우위를 더 잘 결합하며,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차(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와 AI 휴대전화·컴퓨터, 지능형 로봇 등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와 스마트 제조 설비를 크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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