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중국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를 선보이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중국은 견제 속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력 D램 제품인 DDR5를 선보여 시장에 충격을 이어가고 있다.

DDR5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주력제품이라는 점에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범용 메모리에서는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고 DDR5, HBM 등 첨단 메모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합산 점유율은 75.5%다. 미국 마이크론(22.2%)이 뒤를 이으며 3강 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최근 FT 보도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제로(0)에 가까웠던 중국 CXMT의 점유율이 지난해 5%로 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DDR4와 같은 레거시 제품만 만들던 CXMT는 작년 12월 HBM과 함께 AI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DDR5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미 CXMT를 포함한 중국 D램 업체들이 레거시 제품을 물량으로 밀어붙이면서 D램 가격도 하락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가격은 작년 8월 하락 전환한 뒤 9월(-17.07%), 11월(-20.59%) 두 자릿수 급락했다.
국내 업체들이 DDR4와 같은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선단 공정으로 전환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침에 따른 후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D램 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여개 업체가 난립했으나 ‘치킨 게임’을 통해 2009년 독일 키몬다, 2010년 일본 엘피다 등이 D램 산업의 주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 체제’가 굳혀졌다.

허치슨 부회장은 CXMT에 대해 “빠른 성장세로 ‘눈덩이(snowball) 효과’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정확히 1980∼1990년대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몰아낸 방식이며, 이제 비슷한 일이 한국에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가 주도한 치킨 게임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던 것”이라며 “지금 중국 업체들의 경우 물량 공세는 맞지만 첨단 테크보다는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종환 교수는 “최근 중국이 AI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메모리,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 정부가 상당히 많은 관여를 하고 있다”며 “SMIC가 3나노 이하의 공정도 계획 중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경계하며 기술 개발에 대한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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