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와 전염병 확산 여파로 글로벌 식량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농업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확대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농업 ODA를 기반으로 K-농기자재 산업의 수출 활로까지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촌진흥청은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업 ODA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G7 정상회의 이후 지속적으로 글로벌 식량 안보 강화 방안을 제안해 오고 있다. 농림 분야 ODA 총지출액을 꾸준히 늘려 가며, 식량원조와 농촌개발, 기술전수, 생산 인프라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통일벼 개발을 통해 식량 자급과 새마을 운동을 통한 농촌 개발을 동시에 성공시킨 경험을 보유한 나라다. 식량위기에 놓인 개도국 입장에서 한국은 개발의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한국의 농업연구 역량은 세계 5위 수준”이라며 ”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하여 세계 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업기술 ODA 협력체계 구축과 농업기술 R&D 국제협력 체계 강화, 농기자재 패키지 시범 수출이라는 3대 과제를 통해 글로벌 식량위기 타개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올해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 시범마을을 통해 검증한 농업기술을 각국 정부 정책과 연계하여 ODA 사업의 성과를 확산할 계획이다.
파키스탄은 KOPIA를 통해 개발한 무병씨감자 수경재배 기술을 국책 사업으로 지정해 추진한다. 자국내 감자 수요량의 30%를 무병씨감자 수경재배 기술을 활용해 생산하는 게 목표다.

우즈베키스탄에선 벼 품종 개량과 재배법 개선으로 생산성을 50%가량 증대했다. 우즈벡은 작년 말 벼 우량종자 육종센터를 설립했고, 2028년까지 쌀 생산량 30% 증대를 목표로 증산 사업을 추진한다.
몽골에선 젖소와 비육우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맞춤형 발효사료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K-라이스벨트 사업과 연계한 벼 종자생산 기술 지원도 병행한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사하라 사막 이남 7개국을 시작으로 한국의 쌀 자급 달성 경험을 전수하는 대규모 ODA 사업이다. 아프리카의 쌀 생산성을 향상해 기아 문제 해소 등 식량 상황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2023년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생산한 쌀은 2321톤으로 당초 목표의 114%를 달성했다. 2024년 사업목표(3288톤)도 100% 이상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한다. 정부는 미국·네덜란드·독일 등의 25개 연구기관과 기후변화 대응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프랑스·캐나다·노르웨이 등으로 협력대상 확대를 모색한다. 농업기술 강국과 함께 글로벌 식량안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국제기구․기관을 통해 국제사회에 확산하는 협업과제도 추진한다.
농기자재 수출 촉진도 도모한다. 정부는 그간 농기자재 수출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해외진출 리스크를 경감해 왔다. 하지만 농기자재 수출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에 대한 편중도가 높아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농진청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기술 설루션 패키지를 수출하는 방법으로 개발도상국과 국내 기업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작업 전 과정에 필요한 기자재를 일괄 공급할 수 있는 국내 기업 간 협업체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낙농기술 패키지 해외 실증단지 조성도 추진한다. 우선 우즈베키스탄에 실증단지를 꾸려 송아지 50두 내외가 출생해 착유할 때까지 생육 전 주기에 K-낙농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즈벡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접국인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몽골 등으로 사업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호혜적 무역 활동을 통해 개발도상국과 국내 농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국내 중소 농기자재 기업에 해외진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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