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고 내쫓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몇 개월이나 러시아의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안보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면서 “미국 없이도 네가 ‘터프 가이’(tough guy)일 거라고 생각 않는다”며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회담은 파국을 맞았고, 당초 미국과의 광물협정 체결을 계기로 전후 안보보장 약속을 받아내려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빈손으로 미국을 떠났다.
지금까지 700억 달러(100조원)가 넘는 군사원조를 제공해 온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일 경우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해 왔다.

당장 몇 개월 동안은 현 수준의 전쟁 수행 역량을 유지하겠지만, 이후로는 탄약과 첨단 무기류를 중심으로 물자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차례로 연대를 표명하며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문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도울 ‘화력’과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는지”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쟁 중에도 무기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해 온 우크라이나는 현재 군사 하드웨어의 55%를 자체 제작하거나 조달하며 약 20%는 미국, 약 25%는 유럽에서 각각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패트리엇 방공포대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 등 미국제 첨단 무기류는 미국의 원조가 끊기고 현재 보유한 탄약이 고갈되면 운용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유럽도 유사한 성능의 무기체계를 갖고 있지만, 장기간의 군축으로 인해 충분한 물량을 뽑아낼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WSJ은 짚었다.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미국·유럽 등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집계해 분석해 온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전인 2022년 1월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인도주의·금융 원조 등으로 약 1200억달러(약 175조원)를 지원했다. 이 중 약 670억달러가 무기 등 군사 관련이다.
또 유럽의 전체 지원 규모는 약 1386억달러로 미국보다 많지만, 군사 부문만 놓고 보면 651억달러로 미국에 못 미친다. 국가 단위로 보면 미국 다음으로 군사 지원 규모가 큰 독일과 영국이 각각 미국의 약 4분의 1 정도인 132억달러와 106억달러를 지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스타링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만큼 접속이 차단되면 정찰용 드론(무인기)조차 띄우기 힘들어 눈과 귀가 가려진 채 러시아군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이에 우르카리아나 광물협정에 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물자 공급 동결 등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사실상의 ‘사과’로 해석될 수 있는 유감 표명을 하는 등 수습에 적극 나서면서 광물협정은 회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한 것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워싱턴 백악관에서 있었던 우리의 만남은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진행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광물 협정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이 협정을 더 큰 안보와 확실한 안보 보장을 향한 한 걸음으로 보고 있으며, 이 협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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