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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과 염종의 난 – 여왕은 진짜 싫어요 [정명섭의 실패한 쿠데타 역사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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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에 관한 가장 유명한 속담은 아마 ‘이기면 관군, 지면 역적’일 것이다. 배신과 반란이 난무하던 일본의 속담인데 반란의 속성과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속담이 아닐까 한다. 2024년에 크게 히트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이걸 살짝 뒤틀어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대사가 나왔다. 서기 647년,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에서 반란을 일으킨 비담이 바로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월성과 해자 (직접 촬영)
월성과 해자 (직접 촬영)

물론 그가 외친 구호는 따로 있었다. 바로 여주불능선리(女主不能善理, 여자 군주는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다. 선대왕인 진평왕은 아들이 없었다. 보통은 방계 혈족 중에서 남자 후계자를 찾기 마련이지만 그는 딸인 덕만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쪽을 선택했다. 거기에 반발한 이찬 칠숙과 아찬 석품이 반란을 모의했지만 들키고 말았다. 반란을 진압한 진평왕은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세상을 떠나고 덕만공주는 왕위에 올라서 선덕여왕이 된다. 하지만 여자가 임금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불만은 그녀의 치세 내내 끊임없이 제기된 것 같다. 이웃한 고구려와 백제와 싸워야 하는데 여왕이 그걸 감당할 수 있느냐는 불만과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약한 여성을 얕잡아 보는 시선까지 겹친 것이다. 물론 선덕여왕에게는 김춘추와 김유신이라는 출중한 신하들이 존재했다. 김춘추가 외교를 맡았고, 김유신은 전쟁을 맡아서 나름대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존재했다.

김춘추는 폐위당한 진지왕의 손자였고, 김유신은 항복한 가야의 왕족 출신이었다. 선덕여왕을 싫어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야말로 ‘끼리끼리’ 노는 셈이었다. 비담은 그 불만 세력의 대표주자가 아닐까 싶다. 비담에 대한 사서의 첫 번째 기록은 서기 645년, 선덕여왕이 재위한 지 14년째 되던 해 11월에 이찬 관등의 그를 상대등에 임명한다는 것이다. 이찬 관등은 진골만 오를 수 있고, 국무총리 격인 상대등 역시 유력한 귀족들이 오를 수 있기 비담은 유력한 진골 귀족 가문으로 보인다. 그의 눈에는 선덕여왕이 이끄는 신라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보였을 것이다.

김유신이 백제와 고구려의 공격을 잘 막아낸다고는 하지만 구멍 난 제방을 임시로 막는 것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고구려와 왜, 당나라를 부지런히 드나드는 김춘추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신임하고 활개치게 만드는 여왕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남은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반란을 일으켜서 왕위를 빼앗는 것이다. 선덕여왕도 이런 불만을 어느 정도 눈치챘는지 그를 상대등에 임명하는 것으로 달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담은 2년 후인 서기 647년에 측근 혹은 동료로 추정되는 염종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다.

정월에 비담(毗曇)과 염종(廉宗)등이 “여자 임금은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라고 하고는 반역을 꾀하여 군사를 일으켰으나 이기지 못하였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의 기록은 매우 짧고, 김유신 열전에 오히려 더 자세하게 실려있다. 비담은 염종을 비롯한 반란세력과 함께 명활성을 점거한다. 명활성은 지금의 경주시 보문동에 있는 산성으로 둘레가 6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성으로 조선시대로 치면 한양을 지키는 남한산성 같은 존재다. 그런 곳을 점거했다면 지지세력과 동원 병력이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반면, 김유신이 지휘하는 진압군은 선덕여왕이 있는 월성에 주둔한 채 십여 일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때,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는 것을 보면 김유신조차 이들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자랑한 것 같다. 하지만 김유신이 심리전에 밀리면서 결국 진압당하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살짝 이견이 있다. 신라에는 귀족들의 협의체인 화백회의라는게 있다. 만장일치제도로 운영되는 화백회의는 생각보다 권한이 강력했는데 심지어 왕의 폐위시킬 수 도 있었다. 실제 사례도 존재했는데 김춘추의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바로 화백회의가 폐위를 결정하면서 왕위에서 물러났다. 비담이 반란을 일으킨 시점과 선덕여왕이 승하한 시점은 서기 647년 정월로 나와 있다.

정확하게 선덕여왕이 승하한 것은 1월 8일이라고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와 있다. 그런데 김유신이 반란군과 전투를 벌인 건 십여일이었다. 반란에 관한 기록이 먼저 나오고 선덕여왕의 승하가 다음에 나오기 때문에 순서를 보면 선덕여왕이 위중한 상태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가 평정된 후에 승하한 것이다. 그런데 선덕 여왕 역시 혼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계자는 성골의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비담을 비롯한 일부 진골 귀족 세력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화백회의를 열어서 남성 후계자를 정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마침 상대등은 화백회의를 주관할 수 있었다. 비담이 스스로 왕위 계승을 천명하거나 혹은 알천이라는 유력 귀족을 내세운다면 선덕여왕의 측근인 김유신과 김춘추는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상상력을 더한다면 혹시 선덕여왕이 위중한 상태에 놓이자 비담이 후계자를 정할 화백회의를 주최하고, 그 사실을 안 김유신이 움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는 반란은 비담이 아니라 김유신이 일으킨 셈이 된다. 물론 승리한 김유신이 반란을 토벌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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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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