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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재개’에 숨겨진 北의 속내…’북미대화·투자유치’ 손짓

데일리안 조회수  

북한, ‘관광 외화벌이’ 노리나

평양국제마라톤 6년만에 개최

외국인 호기심 자극 장소도 공개

핵·미사일 쥔 北…美와 대화할까

평양 국제마라톤 참가 관광 상품 ⓒ고려투어 홈페이지 캡쳐
평양 국제마라톤 참가 관광 상품 ⓒ고려투어 홈페이지 캡쳐

북한이 5년 만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시동을 걸면서 그간 시달려온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끈다.

서방 세계의 발걸음을 환영하고 관광 편의를 위한 인프라 개선에 나서면서 북미 대화 재개와 외국인 투자 유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년만에 열리는 평양마라톤…서방 관광객 '기지개'

북한이 오는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대회가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지 6년만이다.

북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소재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홈페이지에 다음 달 6일 열리는 제31차 평양 국제마라톤의 아마추어 참가자를 14일까지 모집한다고 지난 2일 공지했다.

고려투어스는 “이번 평양 마라톤 투어를 통해 평양 마라톤 2025에 참가하고 평양 명소를 여행하라”고 홍보했다.

여행사는 각각 3일과 5일에 출발하는 5박 6일 일정의 투어 2건에 대해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받고 있다.

여행 일정을 보면 참가자들은 일정 시작 전 중국 베이징에 집결해 브리핑 데이(사전 브리핑)을 받는다. 북한 방문을 위한 규정과 예절, 안전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여행사는 설명했다.

이튿날 서우두 공항을 통해 평양 순안 공항으로 입국한다. 일정 2건 모두 5일에 마라톤 출발지인 김일성 광장 등 코스를 점검하고 6일에 마라톤에 참가한다.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제28차 만경대 국제 마라톤에서 선수들이 승리거리를 통과하고 있다고 조선신보가 1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제28차 만경대 국제 마라톤에서 선수들이 승리거리를 통과하고 있다고 조선신보가 1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나머지 시간에는 만수대 분수공원, 옥류관, 김일성 광장, 당 창건 기념비, 주체사상탑, 문수 물놀이장,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관 등 평양 시내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방문지에는 평양 ‘뉴타운’ 화성거리의 새로운 대동강 맥주바와 강동온실농장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공돼 아직 외국인들이 방문한 적이 없던 평양 내 새 명소도 포함됐다.

화성거리와 강동온실농장 모두 준공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했을 정도로 김 위원장의 애착 사업들이다. 특히 평양시 개발의 확장을 염두해 둔 곳으로 분석된다.

상품 가격은 1인당 2195유로(약 336만원)며 비자 발급비와 마라톤 참가비는 각각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과 평양에 도착해 직접 내야 한다고 여행사는 설명했다.

앞서 북한 체육성은 지난 1월 홈페이지를 통해 평양 국제마라톤 모집 요강을 올린 바 있다.

평양 국제마라톤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을 기념해 지난 1981년부터 열렸으나 2020년부터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번 국제마라톤 재개로 북한이 이후에도 외국인 대상 수도 관광을 지속 허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곳곳에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은둔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대상 관광업은 북한 체제를 선전할 기회인 동시에 대북 제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외화벌이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최근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북한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관광객 및 여행사 관계자들이 눈에 담고 돌아와 전한 현지의 모습을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하는 등 국경을 점차 개방하는 모양새다.

대규모 대북 투자유치 '신호탄'…北美대화 가능성도
2019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 ⓒ연합뉴스
2019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북 당국의 관광산업 재개는 충분한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관광산업이 투자 규모에 비해 창출하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광 재개 등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우선 외국인 관광 유도 및 투자 유치 카드 등과 같은 ‘당근’을 사용한 뒤 북한에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북한 위협을 억지하는 ‘채찍’을 번갈아 활용해 북미대화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설령 당근을 내놓더라도 북한이 대화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관광산업은 숙박, 운수, 요식업 등 3차 산업 전반의 발전을 자극할 수 있고 고용 창출 효과도 크기에 북한이 추구하는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외교 방식을 봤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는 일종의 방법일 수도 있다”며 “우회적인 표현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관광수입으로 얻는 외화벌이 수단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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