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광물 협상’이 결렬되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가치’보다는 ‘거래’로 외교를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3일(현지시각)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 물자 공급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우크라이나가 평화회담 추진을 약속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명령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로 이전 대기 중인 무기를 포함해 도달하지 않은 모든 무기 지원은 중단될 예정이다.
이번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 결렬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을 함께 개발하고 수익을 공동 기금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광물 협정’ 등에 서명할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45분간 회담은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광물 협정’에 집중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즉각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협상할 카드가 없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격했다. 함께 배석한 J.D. 밴스 부통령도 “이 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가 이번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프레임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 정치권 일각, ‘자체 핵무장론’ 고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외교전을 펼칠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을 통해 그 수위가 예상보다 더욱 공격적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 정부의 속내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국무회의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절감한다”고 언급했다.
동맹국의 ‘가치’를 고려했던 기존 미국의 입장과 달리, ‘이익’에 따라 움직일 트럼프식 외교 전략은 우리 정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미국과의 연대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꾀하던 우리 정부의 전략도 변수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트럼프한테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제2의 젤렌스키를 만들 수도 있다”며 “우리가 ‘잘한다’, ‘못한다’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이 트럼프 주판알 계산기에서 어떤 계산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대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을 간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 붙어 있는 지리적 특성은 안보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실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 속에 정부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4일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전략에 따라 국가의 안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일각에선 ‘자강론’에 근거한 ‘자체 핵무장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도 실기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미 간 핵 공유 협정을 맺는다든지 제한적 핵무장을 한다든지 구체적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핵무장은 단순한 군사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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