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을 상대로 자국 기업에 대한 노골적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플랫폼법, 디지털세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서 “과도한 유럽 규제에 맞서 미국 기술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EU가 불법적이고 유해한 온라인 콘텐츠 대처 등을 목적으로 만든 빅테크 규제 법안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직접 겨냥했다. 구글, 메타 등 미국 플랫폼 규제에 대한 사후보복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고 검열을 종식시키자’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날도 미국 정부는 유럽이 DSA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했다.
카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부터 현 정부 관계자 전반에 걸쳐 지난 수 년간 이어온 검열을 중단할 것을 미국 기술 기업들에게 권장하고 있다”면서 “EU의 DSA는 미국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미국 기술기업 (혁신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의 플랫폼법과 디지털세, 망사용료 정책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미국 혁신기업에 대한 부당·불공정 벌과금 대응을 위한 각서’에 서명, 미국 빅테크 기업에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 정책에 보복을 예고했다.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초음속, 항공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대중국 투자 제한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EU 등 동맹국도 제재 대상에서 예외가 없다. 한국 정부도 지도 데이터 반출 금지나 망 사용료 부과 등 정책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사 대상에 포함돼 앞으로의 무역·규제 환경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온라인플랫폼경쟁촉진법’ 등 플랫폼법은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등 무역 압박의 구실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미국 빅테크의 해외 시장 규제 압박을 측면 지원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미국 측과 지속 소통하며 국익 관점에서 통상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규 방통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MWC 현장에서 카 위원장을 만나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카 위원장 취임을 축하하며 한미 양국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강력한 한미동맹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랜던 카 위원장과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공동 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3/CP-2023-0082/image-af3f495b-5db3-424e-8154-947edd431d6f.jpeg)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