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통화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은행이 기존 경제 지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소비와 고용 관련 통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지표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간편결제 데이터 확보 검토… “최신 소비동향 확보 가능”
4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소비 관련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간편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한은 조사국과 결제국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간편결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라고 했다.
한은이 간편결제 데이터에 주목한 것은 소비자들의 결제 방식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한은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중 간편지급 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9392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용액은 1조152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존 경제지표는 간편결제 통계를 신속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산업활동 관련 경제지표 중 하나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슈퍼마켓, 전문소매점, 온라인 결제 등 다양한 소매업 부문의 판매금액을 조사해 작성되는데 조사 시점보다 두 달 늦게 발표된다는 한계가 있다.
한은이 소비지표로 사용하는 카드 사용액에도 간편결제 통계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카드 기반 간편결제는 포함되지만,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처럼 계좌이체·무통장입금·상품권 등 현금성 수단을 활용해 충전한 포인트의 경우 카드 사용액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간편결제 데이터를 볼 수 있다면 카드 사용액과 더불어 최신 소비 동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내수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고용통계 개선 방안도 모색… “경기 반영하는 지표 찾을 것”
한은은 또 기존 고용통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현재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 조사는 가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돼 실제 기업의 고용 변화와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 수립 시 실질적인 노동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기 변동과 괴리된 측면이 있다”면서 “추세적이거나 구조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경기 변동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찾기 위해 새로운 고용 통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처럼 새로운 데이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이창용 총재의 데이터 기반(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통화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와 경제 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경제지표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을 강화해 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신호를 최소화하고 고용과 물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통계만으로는 정책 판단의 신뢰도를 높이기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기존 경제 지표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기업과의 협력 및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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