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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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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3일 서울 중앙대학교 정문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탄핵 반대(반탄) 시위가 서울 전역 대학가를 달구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감추고 ‘샤이 보수’를 표방하며 보수 세력의 스피커 뒤에 숨어 있던 2030세대들이 길거리 집회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경제신문이 각종 보수 집회에 참석한 2030 보수의 생각과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달 1일 충남 천안에서 이른 새벽 지하철을 타고 6만 5000명이 몰린 광화문에 도착한 20대 박 모 씨는 일명 ‘샤이 보수(숨은 보수)’였던 자신이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 반탄 집회에 직접 참석할 만큼 정치권의 불공정 행보를 향한 청년층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당시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교체 이후 입법 폭거를 저지르고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가장 불공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쌓여왔던 청년층의 불만이 야당의 폭주로 다시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된 보수 단체의 반탄 집회에 참석한 2030세대들은 “불공정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 일대에서 대형 태극기를 연신 흔들고 있던 김동현(29) 씨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을 집회 참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방탄 입법으로 본인만 구속을 피하고 재판도 늦추는 등 혜택을 보고 있는 이 대표의 불공정함에 주변 친구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탄핵 폭주, 입법 폭주, 특검 폭주 등 국정 운영에 해가 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대학 점퍼를 입은 참가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 등의 절차적 공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서울서부지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꼼수 영장 청구’를 인용했고 탄핵 심판을 담당하고 있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은 지체되고 있는데 윤 대통령 재판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불공정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이달 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0%로, 한 달 전에 비해 9%p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 달 만에 57%에서 52%로 하락했다.

정치권 일각의 친중 노선, 역차별, 세대 갈라치기 등으로 촉발된 각종 소외감도 2030세대의 우경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집회에 참가한 이 모(25) 씨는 “20대 청년, 특히 남성은 문재인 정권 당시 안보 의식이 결여된 친중 행보에 분노를 느꼈다. 특히 중국 화교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들로 정작 취업을 앞둔 우리나라 청년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진보 진영이 군가산점제 반발 등 페미니즘적 행보를 보이니 불신이 더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20대 김 모 씨는 “이미 수년 전부터 민주당의 남녀·세대 등 각종 갈라치기가 심해졌는데 그것 자체가 국민이 서로 분열하기를 바라는 이적 행위”라며 “보수층은 ‘극우’ 노인 세대가 대부분이라는 인식을 깨고 청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李 방탄 불공정해’… 2030 반탄 보수는 왜 길거리로 나왔나
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급변하는 국제 정세도 이들을 거리로 불러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트럼피즘을 필두로 주요 국가에서 반중·반공 성향을 표방하는 보수주의가 대중의 지지를 받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커지고 있다. 30대 배 모 씨는 “트럼프가 당선되며 발발한 전 세계적인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국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무작정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나라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윤 대통령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2030 보수가 2022년 대선 때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결집시킨 ‘이대남(20대 남성)’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으나 현 상황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정치인과 유튜버들이 극단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청년들의 분노를 서부지법 사태, 중국인 혐오, 학교 내 폭력 행사와 같은 왜곡된 방향으로 키우고 있다”며 “탄핵 심판 결과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 이들의 분노를 잘 달래주고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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