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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성장론’을 앞세우며 연일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간 당내 언급이 금기시되던 상속세 완화 같은 정책들도 ‘잘사니즘’이라는 간판을 달고 전면으로 내세우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우클릭 행보 중심에 세제 개편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지만 개편 방향을 촘촘히 뜯어보면 여전히 초부자 감세 반대, 반(反)기업 정서라는 틀 안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이달 6일 근로소득세 개편을 골자로 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앞서 이 대표가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면서 근로소득세 감세 화두를 꺼내든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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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에서 월급방위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은 최근 세율 24%를 적용하는 구간을 현행 8800만 원 이하에서 1억 원 이하로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이 개정안에는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7%의 고세율을 적용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방치돼온 인플레이션 증세를 막기 위해 소득세의 세율과 과세표준을 손보면서도 줄어든 세수는 고소득자에 대한 징벌에 가까운 세금 부과를 통해 벌충하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상속세도 공제 한도 확대(일괄 공제 5억 원→8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10억 원)를 밀고 있다. 다만 상속세 최고세율(50%) 인하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가업상속 공제를 600억 원까지 올린 만큼 감세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인하돼야 주가도 밸류업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한 투자자의 자산 증식도 연쇄적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초부자 감세 프레임이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 육성 프레임으로 상속세 개편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비슷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삼프로TV’에 출연해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낮추면 국가수입이 낮아지지만 세금 부담이 적으니 배당이 늘어나고 주식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분리과세)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의 전례를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쪽이 우세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부자 감세 비판을 뚫어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이 대표가 강조하는 일종의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 52시간’ 논란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은 국가전략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전기차 등 국내 생산 기업의 법인세를 낮춰주는 세법 개정도 추진할 태세지만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는 외면해 비판을 받았다. 실제 민주당의 감세 정책 추진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사실상 폭포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감세 정책의 중심에 ‘조기 대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 지지층 확대가 목표다 보니 감세에 따른 세수 보완 대책은 ‘부자 증세’에 기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서민과 기업을 ‘갈라치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최근 민주당의 감세 드라이브가 오랜 기간 시대에 뒤처져 있던 세금 체계에 변화를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와 관련,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민생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대책 수립 과정 중 하나가 일부 감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 확충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사무총장은 “세수 결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세우고 있다”며 “감세만 하고 있다는 접근은 일면적”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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