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가 올해 공무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노트북인 ‘온북’을 840대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2년 전 시범 도입 당시만 해도 관내에서 ‘주말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불만이 나왔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이보다 편리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행정기관의 온북 도입을 이끌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총괄 사업 계획 관련 예산은 3년 연속 전액 삭감된 상태다. 현재 각 부처는 온북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온북 도입이 확대되려면 정부가 공통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미뤄지는 것이다. 기재부가 자기 부처 도입에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9월까지 온북 54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2023년 100대를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300대까지 확대했으며, 올해 추가 도입을 통해 총 840대까지 운용할 예정이다.
온북은 공무원들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보안성을 갖춘 업무용 노트북이다. 윤석열 정권 ‘디지털플랫폼정부’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행안부가 사업 운전대를 잡고 있다. 행안부는 2021년부터 국정원 등과 협업해 온북을 개발했다. 기재부는 행안부·국방부·교육부 등에 이어 온북을 도입했다.

국가정보원의 ‘물리적 망분리’ 원칙에 따라 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1인당 2대의 데스크톱을 사용 중이다. 물리적 망분리 원칙은 국가 기밀정보 유출 등 보안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개인 노트북으로 정부 업무망에 접근할 수 없어 공무원들은 무조건 청사 사무실에서만 업무를 볼 수 있었다.
타 부처 대비 야근과 휴일 근무가 잦은 만큼, 시범 도입 당시 기재부 일각에서는 업무 과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곧 온북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이 잇따랐다. 기재부가 2023년 12월 시범 도입 대상자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5%가 온북 사용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특히 국회 출장이 잦은 고위직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온북 추가 도입으로 기재부는 출장이나 외부 회의가 잦은 직원들뿐 아니라 내근 직원들의 데스크톱 2대도 온북 1대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노후 PC 교체’와 ‘물리적 업무 한계 극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현재 행정기관 중 가장 온북 사용이 활발한 곳은 행안부(320대)다. 그 뒤로 기재부(300대), 교육부(120대), 국방부(110대) 등 순이지만, 기재부가 올해 도입을 마치면 행안부를 제치게 된다.
다만 기재부의 온북 도입 확대를 지켜보는 다른 행정기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온북 운용체계 ‘구름OS’와 호환되는 공통 플랫폼 구축 예산이 3년 연속 전액 삭감되면서, 도입 기관이 각각 노트북 구매 외에도 플랫폼 마련에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통 플랫폼은 행정기관·공공기관에 온북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 ‘기폭제’로 여겨진다. 공통 플랫폼이 마련되면 각 부처·지자체는 별도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축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관련 예산을 삭감한 기재부가 정작 자부처의 도입은 확대한 것이 ‘모순’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온북은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사업”이라며 “공통 인프라가 없으니 각 기관이 ‘온북 도입 가이드’를 참조해 알아서 온북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기관이 플랫폼을 자율적으로 마련할지, 전 부처를 아우르는 표준을 마련할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일부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각 부처의 자율성이나 활용도를 더 떨어트릴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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