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4일부터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주간에 돌입한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5% 안팎’ 수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내수 진작책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민영기업 지원책을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단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부양책은 이번 양회에서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이 아직 초반 단계인 만큼, 영향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행동에 나설 것이란 이유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고 정책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각각 오는 4, 5일 시작된다. 양회는 통상 일주일가량 진행된다. 특히 세계의 이목은 전인대 개회식에서 진행될 리창 국무원 총리의 업무보고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이 얼마나 돈을 뿌릴 계획인지가 공개된다.
◇ 올해 목표도 5% 안팎… 내수 촉진 위해 재정 지출 강화할 듯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5% 안팎’으로 설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23년 이후 3년째 같은 수준이다. 전체 목표 설정의 토대가 되는 중국 지방정부들의 목표치 평균이 5.3%다. 여기에 중국은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2020년 대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올해도 5% 성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세계은행(WB)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4.5%로 전망하는 등 공격적 목표라는 의견이 있다. 반면 싱자오펑 호주뉴질랜드(ANZ)은행 중국 수석 전략가는 “부동산 및 인프라 부문에서 안정화 조짐이 있었고, 딥시크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기업) 유니트리는 기술 부문에서 긍정적 진전을 보였다”며 5%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올해 내내 중국 경제는 불확실성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가장 큰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부과하는 고율 관세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오는 4일부터 또다시 10% 관세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공언한 ‘대(對)중국 관세 60%’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양회 공식 문서에 언급될 가능성은 작지만, 중국을 겨냥한 그의 정책은 양회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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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은 5% 안팎 성장률 달성 방안으로 ‘내수 촉진’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리 총리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일 “소비를 늘리는 것은 내수를 확대하고 성장을 확대하고 성장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경제 순환을 원활히 하며,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만큼 특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재정 지원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증권사들은 올해 (중국) 재정 적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0%에서 4.0%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 경제 책임자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수년간 3% (적자) 선을 넘는 것을 꺼려온 만큼, 이는 의미 있는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보조금도 확대될 수 있다.
물가 목표치를 3%에서 20년 만에 2%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2%에 불과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진 상태다. CNBC는 “(물가 목표치는) 실현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상한선 역할”이라며 “(중국이 물가 목표치를 내린다는 것은) 국내 수요가 적정 수준이라는 암묵적인 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 AI·민영기업 힘 싣기… 대규모 부양책은 관세 전쟁 추이 따라
이번 양회에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육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인대 업무보고 때 국가 차원의 AI 종합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을 제시한 바 있다. AI를 특정 분야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닌, 경제 전반과 과학, 공공서비스 및 의료,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개념이다. 당시 중국은 2030년까지 AI 이론과 기술, 응용 수준을 세계 선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AI 분야를 챙기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달 17일 시진핑은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 알리바바 등 테크 기업 수장들을 만나 격려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양회) 주요 주제는 AI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의 미래 발전에서 AI의 역할을 모색함에 따라 AI의 이점과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같은 선상에서 중국 연구·개발(R&D) 예산도 지난해(3조6100억위안·약 721조3000억원)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R&D 지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8.3%로 이전(2023년 8.4%, 2022년 10.1%)보다 낮아졌는데, 증가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첨단 기술 분야를 넘어 민영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민영경제촉진법 초안 2차 심의안이 전인대 상무위원회 14차 회의에 제출됐다. 민영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자 권익 보호, 시장 진입장벽 완화, 공정경쟁 환경 조성, 금융·세제 지원 강화 등이 담겨있다. 여기에 법률과 규정에 없는 벌금이나 비용을 징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이번에 추가됐다. 심의 결과는 오는 5일 전인대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루스 팡 홍콩중문대 교수는 “(기업에) 안정적인 법적 기대감을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아직 초반 단계인 만큼, 상황을 보고 움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래리 후 중국 경제 책임자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2.0의 실제 영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3월은 주요 부양책을 실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행보를 보면 성장률 목표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과도하게 달성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며 “지금 시점에서 그들은 카드를 숨겨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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