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보도된 기사 10건 중 3건 이상이 받아쓰기 보도, 이른바 ‘따옴표 기사’라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월14일~2월26일(오후 3시) 49개 언론사 대상으로 ‘헌법재판소, 헌재, 윤석열, 변론, 탄핵심판’으로 검색한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포털 네이버뉴스의 언론사 편집판 구독자 수가 200만 명이 넘는 49개 언론사(1월8일 기준) 기사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민언련은 탄핵심판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대리인단 주장 등에 따옴표를 붙여 그대로 전하는 기사를 ‘따옴표 기사’로 규정했다. 민언런은 탄핵심판 관련 기사 8187건 중 약 31.5%에 달하는 2581건이 따옴표 기사라 분석했다.
매체별 ‘따옴표 기사’ 보도량은 YTN이 243건으로 가장 많고 뉴스1(210건), 뉴시스(175건) 등이 상위 세 곳으로 꼽혔다. 절대적인 보도량이 많은 보도전문채널과 뉴스통신사라는 특성도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경우 132건이다.

YTN을 제외한 방송사 중에선 SBS(169건)가 가장 많고 MBC(126건), 연합뉴스TV(90건)가 뒤를 이었다. 이데일리(151건), 노컷뉴스(108건), 매일신문(91건) 등도 ‘따옴표 기사’ 보도 건수 상위 10개 언론사에 들었다.
이 가운데 ‘윤측’ 입장을 받아쓴 기사는 뉴시스(150건), 뉴스1(118건), 연합뉴스(77건), 중앙일보(61건), 이데일리(45건), 매일신문(42건), 한국일보(39건), YTN(35건), SBS·데일리안(각 31건), 연합뉴스TV(30건) 순으로 많았다. 중앙일보, 한국일보, 데일리안을 제외하면 전체 따옴표 받아쓰기 보도량 상위 10개 매체와 대체로 중복된다.
민언련은 특히 뉴시스와 뉴스1이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의 “저는 계몽되었습니다”라는 발언을 공통으로 띄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언련 보고서는 “내란 주범인 피청구인 윤석열과 윤석열 대리인단의 말에 따옴표만 붙여 그대로 전하는 ‘받아쓰기’는 탄핵심판의 본질을 흐리려는 내란세력 의도에 동조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면서 “‘윤측’ 받아쓰기가 전체 따옴표 기사의 35.8%나 차지한 것은 상당수 언론이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의 주장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무차별로 전달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언론·학계에선 12·3 내란사태(비상계엄) 이후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민언련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주최한 ‘내란 극복을 위한 저널리즘 회복과 보도준칙 마련’ 세미나에서 채영길 민언련 정책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은 “내란이라는 정치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더 극도로 갈등하는 정쟁의 단계로 들어갈 것”이라며 “이 위기에 걸맞은 저널리즘 원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 자리에서 “언론이 이편도 저편도 아닌 중립지대에 서 있어서 비판받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보수·진보, 탄핵 찬성·탄핵 반대 이렇게 5대5로 환원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사안의 위중함, 책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 개별 문장에 따옴표를 달았느냐, 제목을 어떻게 지었느냐보다 방송에 있어서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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