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 카셀대에서 철거된 지 2년 만에 인근 교회에 다시 세워진다. 독일에 거주하는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카셀대 인근 노이에브뤼더키르헤(새 형제들 교회)와의 협의를 통해 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이 교회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카셀 지역 여성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교회 측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소녀상이 얼마나 오랫동안 전시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소녀상 설치는 2022년 카셀대 캠퍼스에 설치된 지 3일 만에 철거된 후 첫 재설치다. 당시 카셀대 학생 의회는 소녀상의 영구 설치를 결의했지만, 일본 총영사의 반발로 대학 측은 철거를 요구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 총영사가 소녀상이 반일 감정을 조장해 지역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소녀상은 대학 내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한편,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3월 7일부터 6월 1일까지 소녀상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전시는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의 일환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진 여성 상대 범죄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쾰른시 행정당국은 처음에는 소녀상 전시를 사실상 금지했으나, 시민사회와 지역 정치권의 반발로 이를 철회했다.
또한,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또 다른 소녀상은 철거 명령에 대한 가처분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테구청은 임시 예술작품 설치를 최장 2년간 허가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철거를 명령했지만, 코리아협의회는 “다른 작품에 예외를 적용한 사례가 있으며, 철거를 요구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소녀상은 2020년 10월에도 철거 명령을 받았으나, 가처분으로 보류된 바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오는 8일 카셀대 인근 교회에서 열리는 소녀상 제막식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합창단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독일 내 여러 지역에서 소녀상이 다시 세워지고 전시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여성 인권을 강조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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