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137만 명, 초단기 노동자 250만 명
실업급여도 못 받는 이들 절반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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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인데 통장에 찍힌 돈이 없습니다. 아이들 학원비는커녕 생활비도 감당이 안 되네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가장의 하소연이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직장을 떠난 ‘비자발적 실업자’가 137만 명을 넘어서며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주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기 노동자가 250만 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단기·불안정한 노동 시장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월급날을 맞아 가슴을 쓸어내리던 가장들은 이제 생계를 걱정하며 눈물짓고 있다.
정리해고, 폐업…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 실업자는 137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0만 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비자발적 실업자에는 ‘직장의 휴업·폐업’, ‘정리해고’, ‘계절적 일의 종료’,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이들이 포함된다.
비자발적 실업자 비율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증한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했다.
전체 퇴직자 10명 중 4명(42.9%)이 비자발적 실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 구조조정을 강화하면서 정리해고가 늘었고, 내수 부진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 못 받는 실직자들… “내 잘못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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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잃어도 모든 실직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사람 중 54.9%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특히 비정규직 실직자의 63.3%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규직 실직자는 38.7%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는 일부 사업주가 퇴직 사유를 ‘자진 퇴사’로 처리하거나, 사직서를 강요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 실직자는 “회사에서 자진 퇴사로 처리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사직서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은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 채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 실업 악화… “취업보다 단기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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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의 고용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16.4%를 기록하며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업률 자체는 6.0%로 유지됐지만, 구직 활동을 포기하거나 단기·임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지만 기회가 없는 사람)는 1년 전보다 4만 명 넘게 증가했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 중 상당수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기도 한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은 43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보다 단기 알바부터 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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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공부문 채용 확대를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을 작년 2만 명에서 올해 2만4천 명으로 확대하고, 청년 인턴도 장기 인턴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채용 확대가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민간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한, 공공 일자리만으로는 실업률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내수를 활성화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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