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자도 신입”… 기업 채용 기준 논란
대기업의 ‘중고 신입’ 모집, 청년층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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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네요.”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김모 씨는 포스코의 채용 공고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포스코가 ‘경력기반 신입사원’을 모집하면서도 기존 경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다음달 5일까지 생산기술직 경력기반 신입사원을 모집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지원자는 제조업 생산직에서 5년 미만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하지만, 정작 입사 후에는 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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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뽑으면서도 낮은 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지원자들은 “경력을 무시하고 신입 대우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채용 공고가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놓고 인건비 줄이려는 꼼수”라는 비판과 “중소기업 출신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채용을 구분하는 새로운 전형”이라며 “경력기반 신입사원은 인턴 기간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경력직 선호 증가… 신입 취업 문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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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이번 채용 방식은 최근 기업들의 변화된 인사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취업 시장에서 사회 초년생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경력직 채용이 증가하면서 20대 청년층의 취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경력자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경력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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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력직 채용 확대가 20대 청년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30년간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생애 총취업 기간은 2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년층이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의 현재 가치도 13.4%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진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구직 노력이 30% 감소할 경우 20대 청년 고용률은 현재보다 5.4%포인트 떨어지고, 생애 총취업 기간은 1.6년 더 줄어들며, 평생 소득도 1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도 어려운 현실… 청년층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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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내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10.1%에 불과해 터키 다음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과거 OECD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정규직 전환율은 16개국 중 꼴찌로 나타났으며,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이나 대우를 기대하긴 어렵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평균 임금 상승 폭은 기존 정규직 대비 크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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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청년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한 선택지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조사국의 채민석 과장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발판 삼아 경력을 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 제도 개선과 중소기업 교육·훈련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 완화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청년층과 그 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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