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종로=이강우 기자 “세종~안성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재해자분들과 가족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피해자 지원 및 조속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필요한 조치와 향후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철저히 이행하겠다.”
10명의 사상자를 낸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간 건설공사(9공구)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우정 대표이사가 28일 본사 사옥에서 개최된 미디어브리핑에서 직접 사과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주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6명의 재해자 가족분들과 직접 만나 사죄드렸으며, 10명의 모든 재해자분들과 가족들을 직접 만나 뵐 예정”이라며 “향후 있을 생계 곤란도 고려해 생계비 지원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 10명의 재해자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경기 안성의 공사 현장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사고는 천안~안성 구간(9공구) 경기 안성시 ‘청용천교’에서 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께 발생했다.

사고가 난 구간은 런칭장비(거더를 인향, 설치하는 장비)를 사용해 DR거더를 거치하는 구간이라고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설명했다.
현장에서 사용된 DR거더 공법은 교각 사이를 잇는 상판과 가로보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현장에서 부품들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거더(Girder)’는 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를 뜻하며, DR거더는 일반 거더보다 구조 효율성이 더 높다고 평가되는 등 이점이 있지만, 일반적인 크레인 공법과는 다르게 특수 설치 장비인 런처를 사용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청용천교의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하는 도중 거더가 낙하해 재해자 10명이 추락했다. 해당 교각의 최고 높이는 56m, 최저 높이는 38m다. 사고가 발생한지 19분 만에 재해자 병원이송이 진행됐으며, 재해자 9명은 오전 10시 40분까지 평택 굿모닝병원 아주대병원 등에 도착했다. 실종자 1명은 구조 후 오후 2시 27분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4명이 사망해 영안실에 안치됐으며, 부상자 6명은 전부 중환자실에 입실 및 수술이 이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재해자 10명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다.
◇ 현대엔지니어링 “피해 회복 위해 최선”… 조사 중인 내용은 답변 미뤄
주우정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와 경영진들은 “사고 수습과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지금은 재해자 지원과 대책을 마련하고, 조사가 진행돼야 하는 시점이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먼저 주 대표이사는 “고인과 다치신 분들, 그리고 가족분들을 지원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유가족 지원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원할 경우 노무사와 연결시켜줄 예정이라고 했다. 정신적 충격을 대비한 심리상담치료 지원과 부상자의 빠른 복귀를 위한 치료 및 재활치료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가구당 300만원가량 생계비 지원을 비롯해 사고 현장 인근의 가옥과 거주자분들을 위한 지원도 구상 중이라고 발언했다.
다만 이후 이어진 기자단 질의에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대답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는 사죄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붕괴된 거더들에 대한 고정장치가 없었다는 의혹과, 이날 진행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주 대표이사는 “원인을 철저히 관계기관에서 조사하고 있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압수수색은 조사 과정상 절차로 여겨져, 역시 있는 대로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발생한 △피해액과 손실보상, 그리고 재시공비용 △현장소장 처벌 및 중대재해 처벌법 관련 내용 △협력사 간 책임소재 △이번 사고의 유력한 원인에 대한 의견 △크레인 운전사와 신호수 간 소통의 문제 유무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며, 결과가 나온 후 책임지는 자세로 위로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안전과 관련해선 법적으로 고지된 의무 사항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점검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안전 문제와 관련해 “매일 아침 일일 회의를 통해 안전을 점검하고 또 해당 현장에 가서 필요한 안전장치와 장비에 대한 점검을 하고 위험성 평가를 하고 있다”며 “작업자들은 안전한 상태에서 작업에 투입됐고 낙하 방지망 등은 완벽하게 설치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법에서 지정하는 안전 관련 항목보다 더 엄격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 대표이사는 “안전과 품질은 양보할 대상이 전혀 아닌 최우선의 가치다”며 “법적인 요구사항을 넘어 현대엔지니어링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또 보완하는 등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DR거더 공법과 유사한 공법을 적용하고 있는 현장들에 대해 공사를 전면 중지 조치했다고 26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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