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 중인 롯데그룹이 주요 상장 계열사의 구조조정 자체 중간 평가를 내놨다. 작년 말 기준 롯데그룹의 총자산은 183조원이며, 지난해 매출액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만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전날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등 5개사 재무 담당자가 참여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던 작년 11월 기관투자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IR 데이를 연 이후 두 번째다.

◇쇼핑·호텔 자산재평가로 12조원 확충… 렌탈 등 5개 자산 매각
롯데는 작년 말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2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했다. 롯데는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으며 위기를 넘긴 데 이어, 각 계열사의 비효율 사업 및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석 달 사이 처분한 자산만 5개다.
작년 12월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탈을 매각한 데 이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헬스케어 사업을 청산했다. 이달 들어선 롯데웰푸드 제빵사업부 증평공장을 신라명과에 매각했고,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현금인출기(ATM) 사업부를 매각해 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의 보유지분 전량(75.01%)을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투자회사 등에 979억원에 매각했다. 미수령 배당금 등을 합해 1275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비상장사인 롯데건설도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추정가 5000억원대)을 포함한 1조원 규모 자산을 유동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말 PF 우발 채무는 약 3조7000억원이다. 롯데건설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기자본(약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토지 보유 비율이 높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 구조를 일부 개선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각각 자산이 8조7000억원, 8조3000억원이 늘어나 총 12조6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로써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190%에서 129%로, 호텔롯데의 부채비율은 165%에서 115%로 낮아졌다.

◇시장 반응은 신중… 자산 매각보다 실적 회복 급선무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강경하게 대응한 데엔 신동빈 롯데 회장의 강한 쇄신 의지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달 열린 상반기 VCM(구 사장단 회의)에서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라”며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유산)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 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 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실제 최근 호텔롯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을 받았다. 롯데칠성의 경우 3년물 700억원, 5년물 300억원 총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9700억원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호텔롯데도 목표액의 9배가 넘는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산 매각을 넘어 그룹의 캐시카우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 회복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설명회에서 롯데가 강조한 비효율 사업 및 부동산 자산 매각은 재무구조만 개선하는 것이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롯데는 설명회에서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개선 청사진을 공개했다. 롯데쇼핑은 그로서리(식품) 및 동남아 사업 확대 등을 통해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30000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싱가포르에 동남아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에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사업 확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웰푸드는 헬스앤웰니스 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국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인도시장 확대 및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을 35% 이상 확대한다.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 법인(PCPPI)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운영을 최적화해 현재 177% 수준의 부채비율을 2028년까지 100% 수준으로 줄여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일 방침이다. 전지 소재와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미래 성장 사업 발굴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롯데지주는 전날 종가보다 3.09% 하락한 2만1950원에 거래됐다. 롯데쇼핑은 2.32%, 롯데웰푸드는 2.80%, 롯데칠성은 1.60%, 롯데케미칼은 4.83%의 하락률을 보였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자산재평가는 숫자상 좋아 보이는 것이지 재무 구조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 부동산 자산 매각 역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곳간에 돈을 채우려면 사업의 실적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케미칼의 경우 중국의 공급과잉이라는 문제가 있고, 해외 사업 확대에는 많은 증자가 필요하다. 결국 (사업이 잘되려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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