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가 한국의 매듭 장인과 협업해 제작한 핸드백을 선보이자 중국 네티즌들이 또다시 “문화 도용”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세웠다.
27일(현지 시각) 중국 환구시보의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펜디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매듭 장인의 손길이 더해진 핸드백을 지난달 말 공개했다.

1997년 디자인된 일명 ‘바게트 백’에 세계 여러 나라의 공예 기술을 더해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펜디에 따르면 김은영 장인은 1965년부터 한국의 전통 매듭에 몰두해왔다. 그는 조선왕조 왕과 왕비 의상을 장식할 때 사용한 매듭 장식으로 펜디의 바게트백을 꾸몄다.

펜디는 이 같은 내용의 홍보 자료를 중국 계정에도 번역해 게시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문화 요소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글을 내리라고 종용했다. 일부는 “저작권 침해로 고소할 수 있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매듭은 당나라와 송나라의 민속 예술로 시작해 명나라와 청나라에 인기를 얻은 장식용 수공예품이다. 복잡한 패턴이 한 조각의 실로 짜여 독특하다”며 네티즌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매듭 직조 기술을 한국의 장인 정신에 기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전날 중국 SNS에서는 ‘#FendiChineseKnot’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항의가 커지자 펜디 측은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홍보 콘텐츠를 삭제했고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해당 제품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과 중국의 매듭은 엄연히 다르다. 정부가 운영하는 코리아넷에 따르면 한국의 매듭 공예는 문자 모양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과 달리 단단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매듭과 비교해 단순하면서도 더 우아한 매력이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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