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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무력화’ 감사원 비판 한겨레, ‘정치 편향’ 헌재 비판 조선일보

미디어오늘 조회수  

▲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따라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감사원이 선관위의 친인척 부정 채용 등에 대한 직무 감찰을 실시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애초에 헌재 결정 이후에 나올 선관위 감사보고서를 감사원은 헌재 결정 전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감사원이 헌재 결정을 무력화하려고 공개 일정을 앞당겼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헌재 선고 직전 공개한 선관위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보면 선관위와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는 최근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채용 전부에서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이에 조선일보는 “선관위에 헌재가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2023년 5월 선관위 전현직 고위 간부 4명의 자녀가 경력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 감사를 시작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선관위도 직무감찰과 인사감사 대상이라며 감사를 진행했다. 선관위는 감사를 수용하면서 같은해 7월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헌법 97조를 근거로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 통제장치로서 성격을 갖는다”며 “감사원에 선관위 직무감찰권이 부여돼 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직무 감찰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것으로서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다”고 했다. 

감사보고서 공개한 감사원 ‘헌재 결정 무력화’ 비판

28일 한겨레는 3면 「헌재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감사원의 직무감찰 위헌」이란 기사에서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보고서 공개를 비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선관위 감사에 대한 주심 위원의 검토가 끝나 조만간 심의하기로 했었지만 감사위원회를 조금 당겨 열었다”며 “헌재에서 감사원에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되면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예전부터 얘기해왔다”고 했다. 

▲ 28일 한겨레 3면 기사
▲ 28일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 직전 감사보고서를 확정한 것은 계획된 일정 조정이었다는 해명”이라고 전하며 “감사원은 헌법재판소법 67조2항(헌재가 국가기관의 처분을 취소할 경우, 이미 발생한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고려해 조기에 감사 결론을 내려 효력을 발생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 절차에 정통한 소식통은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것은 감사위원회가 의결을 했다는 것인데,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의결한 것 자체가 헌재를 무시하는 행태로 봐야 한다”며 “설령 의결이 있었더라도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본 뒤, 만약 감사원이 선관위 감사 권한이 없다고 나온다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 직권 재심의를 통해 감사 결과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가족회사’로 전락한 선관위, 성역인가

한겨레가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공개를 비판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헌재를 비판했다. 1면 「尹 탄핵심판 앞두고 ‘정치 편향 논란’ 자초한 헌재」에서 부제를 “감사원, 선관위 경력채용 비리 878건 확인”, “헌재 ‘선관위, 감사원의 감사 대상 아니다’”라고 달았다. 

▲ 28일 조선일보 2면 기사
▲ 28일 조선일보 2면 기사

2면 「“우린 가족 회사…친인척 채용은 전통” 구제불능 선관위」에서는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의 비리를 자세하게 전했다. 한 예로 2019년 중앙선관위는 인천선관위에 인력 소요가 없는데도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게 했고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인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이 응시했다. 인천선관위는 면접위원 전부를 김 전 총장과 같은 선관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인사로 구성해 김 전 총장 아들을 강화군 선관위에 합격시켰고 1년 만에 상급기관인 인천선관위로 근무지를 옮기고 관사를 무료로 제공받는 특혜를 누렸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담당자들에게 “(아들을 위해 관사를) 어떻게든 하나 해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같은 면 다른 기사를 보면 선관위는 그동안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 감시를 사실상 피해왔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에 2023년까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자체 감사기구가 없었고 감사부서는 자녀 특혜 채용 청탁을 한 것으로 나타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지휘를 받았다. 이에 2022년 김세환 전 사무총장 자녀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중앙선관위는 직원들로 임시 감사반을 구성해 감사했다고 조선일보는 지적했다. 결과는 김 전 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없다고 나왔다. 

조선일보는 사설 「그렇다면 이 ‘마피아 선관위’를 어떻게 하자는 건가」에서 헌재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런 ‘가족 회사’(선관위)가 북한 해킹 공격을 받고 알아차릴 리가 없다. 이 선관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헌재가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8일자 국민일보 만평
▲ 28일자 국민일보 만평

선관위 독립성 침해한 윤석열, 비상계엄도 위헌

한편 경향신문은 사설 「‘선관위 직무감찰’ 위헌, 계엄군 선관위 투입도 위헌이란 뜻」에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강조한 헌재 결정은 윤석열 탄핵심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때 부정선거 증거를 찾겠다며 계엄군을 중앙선관위에 투입시켜 계엄군이 서버를 반출하고 직원들을 체포하려 각종 도구까지 준비했다. 

경향신문은 “선관위 독립성을 아예 말살하려 한 것”이라며 “그래놓고 윤석열은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헌재의 이날 결정 취지에 비춰보면 윤석열의 어이없는 궤변조차 비상계엄 위헌성을 넉넉히 입증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옥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 조선일보 사옥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한국, 김건희 녹취 침묵한 조선일보 비판 

정영오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언론이 침묵할 때」란 칼럼에서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명태균씨가 구속되기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대통령 부부 관련 파일 USB를 건네며 대통령실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조선일보가 해당 파일을 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에 따르면 해당 USB에는 김 여사의 공천개입으로 볼 수 있는 통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조선일보는 명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보도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윤리헌장과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것으로 판단해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은 “‘조국 딸 세브란스 인턴’(2020년 8월) 보도 등에서 익명 인용을 주저하지 않았던 조선일보 답지 않은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조작 의혹이 확산되던 2005년 말 YTN이 고대 법의학연구실에 황 교수팀 줄기세포 시료 6개의 DNA 분석을 의뢰했는데 ‘줄기세포 DNA가 체세포와 모두 불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정 위원은 “기자는 취재한 내용이 권력자 생각이나 사회 통념에 맞지 않을 때,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지 망설이게 되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실의 편이 될 때야만 언론의 가치와 필요성을 대중이 실감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지할 것”이라며 “그런데 조선일보는 특종의 가치가 분명한 USB를 확보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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