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인공지능(AI)’은 이제 익숙한 존재가 됐다. 특히 생성형 AI를 기반으로한 다양한 서비스는 이제 우리 생활, 업무의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기 AI서비스들의 ‘유료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가속화되는 ‘AI 유료화’… 높은 수익성 확보 기대
실제로 최근 대다수 AI서비스들은 유료화 전환이 이뤄지는 추세다. 높은 수익성 확보가 기대되면서다. 생성형 AI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챗GPT’ 역시 유료화 전환된 지 오래다. 지난 2023년 2월 오픈AI는 챗GPT의 유료 서비스 ‘챗GPT 플러스’를 공식 출시했다.
챗GPT의 유료화는 성공적이였다. 지난 2일 오픈AI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50만명의 이용자 확보에 성공했다. 연간 수익은 약 40억달러(약 5조7,700억원)규모로 추정된다. B2C(기업-고객간 거래)뿐만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도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오픈AI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이용량은 올해 초 대비 7배로 증가했다.
API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페이스다. 쉽게 말해 일종의 레스토랑 메뉴판이라 볼 수 있다. 손님(개발자 또는 프로그램)이 메뉴(API)를 보고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면(요청), 주방(서버)이 주문을 받아 요리(응답)해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AI서비스 기업 다수가 오픈AI의 API를 사용 중이다.

AI서비스의 유료화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번역 및 문서’ 관련 서비스의 유료화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B2B부터 B2C까지 고객확보가 유리한 서비스라는 측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AI텍스트 생성 및 번역기 시장규모는 2030년 14억달러(약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대표 관련 서비스로는 네이버의 번역서비스 ‘파파고(Papago)’가 있다. 2016년 출시된 파파고는 그해 10월, AI신경망을 도입하면서 번역 능력이 크게 상승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비즈니스용 유료 문서 번역 서비스 ‘파파고 플러스’를 출시했다. 기존의 무료 서비스보다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텍스트 번역 글자 수 제한이 없다. 또한 이미지 번역도 최대 100장이 가능하다.

◇ 통신·스마트폰 시장 AI서비스도 유료화 ‘급물살’
AI서비스 유료화의 영향은 ‘통신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에이전트(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유료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올해 안에 ‘에이닷(A.)’ 서비스 유료화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SK텔레콤이 공개한 성장형 AI에이전트 에이닷은 귀여운 캐릭터, 편리한 기능 등으로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에이닷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해 기준 830만명. 전년 대비 160% 증가한 수치다.
LG유플러스도 지난 6일 컨퍼런스콜에서 ‘익시오’의 유료화 수익모델 확보 추진을 공식화했다. 익시오는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가 출시한 AI통화녹음 어플이다. 보이는 전화, 전화 대신 받기,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통화 녹음 및 요약 등의 온디바이스 AI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AI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주목을 받는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AI’ 유료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갤럭시 S24’에 처음 탑재된 갤럭시 AI는 삼성 가우스, 구글 제미나이 등 여러 가지 모바일 AI기능이 통합된 ‘하이브리드형 AI’모델이다. 생성형 AI기반 검색, 통역, 이미지 수정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최신형 갤럭시 스마트폰 모델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갤럭시 AI의 무료 서비스 기간은 2026년까지다. 다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유료화 시점 혹은 구체적 가격 정책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없는 상태다. 갤럭시 AI가 차후 갤럭시 스마트폰 모델에 미치는 영향, 이용 통계, 고객 반응 등을 신중히 고려한 후 유료화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역시 지난해 7월 열린 ‘갤럭시 언팩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의 소비자 요구 사항, 산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갤럭시 AI의 유료화 등 차후 서비스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구독 피로 커지는 소비자… AI생태계 발전엔 ‘긍정적’
다만 AI서비스 유료화 전환 트렌드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다수 AI서비스가 ‘구독 형태’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AI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한달에 보통 1~3만원 이상의 구독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이때 각각 서비스들은 모두 기능이 다르다. 때문에 보통 2개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해 구독 비용은 커지게 된다.
챗GPT를 구독하는 이용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챗GPT는 월 20달러, 우리 돈 2만8,836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한글문서에 특화된 네이버 파파고 서비스를 추가 구독할 경우 최소 1만5,000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무를 하는 이용자의 경우, 미드저니, 포토샵 AI서비스 등을 추가 구독하면 한달 10만원 이상의 구독료가 발생하게 된다.
지나친 유료화는 AI서비스에 대한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가 가중돼 오히려 업계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독 피로는 구독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피로감이다. 2020년부터 OTT 구독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나타난 신조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BRG’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이용자 이탈률은 신규 가입자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의 유료화에 대해서 산업계에선 긍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품질 및 AI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챗GPT 등 서비스에 필요한 AI모델은 훈련 비용이 만만찮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AI가 50단어 답변으로 수신되는 쿼리의 절반을 처리할 경우 60억달러(약 7조8,750억원)의 비용 증가가 발생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AI서비스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 수는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료 버전의 AI서비스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답변의 깊이나 내용에서 유료 버전이 뛰어나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 앞으로 AI기술의 유료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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