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중견 브랜드들이 새로운 브랜드 로고로 갈아입고 있다. 해외 진출과 디지털화를 염두에 두고 국제적인 감각에 맞게 브랜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8년 만에 브랜드 정체성(BI)을 교체했다. 브랜드명 ‘TOUS les JOURS’를 줄인 TLJ를 새로운 펫네임(별칭)으로 정하고 간판과 쇼핑백 등에 적용했다.

◇ 브랜드 직관적으로 인지시키는 효과
뚜레쥬르가 ‘브랜드명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이유는 영어권 국가에서도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하기 위해서다. 뚜레쥬르는 ‘매일’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건강한 데일리 베이커리라는 브랜드 철학이 담겼다. 하지만 불어를 모르는 소비자들에겐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에 회사 측은 펫네임 사용과 동시에 크고 선명한 서체를 적용해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강조했다.
뚜레쥬르는 최근 진출한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총 9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SPC의 파리바게뜨에 이어 업계 2위를 점하지만, 해외에선 외형과 수익 모두 성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해외법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 영업이익은 36%를 차지했다. 2004년 진출한 미국의 경우 2018년 흑자로 전환한 후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뚜레쥬르는 2030년 미국 1000호점 달성을 목표로 올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브랜드가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새 로고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의류 브랜드 같다’, ‘가격을 올리려는 것이냐’ 등의 반응이 공존한다. 공교롭게도 뚜레쥬르는 다음 달부터 빵과 케이크 110종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 외국인도 이해하기 쉽게 변경
뚜레쥬르와 같은 CJ그룹 내 뷰티앤헬스(H&B) 스토어 올리브영도 글로벌 사업 확장 기조에 맞춰 최근 BI를 개편했다. 문자 사이에 있던 ‘올리브’ 심볼을 빼고 ‘OLIVE YOUNG’ 로고만 남겼다.
사측은 글로벌과 옴니채널 전략(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IT·모바일 기술을 융합한 유통 전략)을 반영해 가시성과 영문 가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온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기조에 더해, 국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걸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로고는 올리브와 영 사이에 있는 동그란 올리브 심볼이 알파벳 ‘O’로 읽혀 ‘올리브오영’으로 인식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오비맥주의 대표 맥주인 카스도 최근 로고 하단의 ‘FRESH(프레시)’ 서체를 기존 흘림체에서 간결한 스타일로 변경했다. 높은 산과 계곡을 형상화한 기존 로고의 서체를 유지하면서도, 세련되고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개편했다.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점하는 카스는 몽골·대만·호주·유럽 등에 진출했다. 2020년 이후 연평균 14%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 모바일 시대 맞아 단순하고 간결하게
새 로고들의 공통점은 이전보다 단순하고, 간결하다는 것이다. 활자에 돌기가 있는 세리프체 대신, 획의 삐침이 없고 굵은 산세리프체(고딕체)를 적용해 단순하고 명확하게 브랜드를 표현했다. 소통과 소비가 주로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환경을 반영해 미디어상에서 식별하기 좋은 로고를 채택한 결과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앞서 셀린,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명품들이 디지털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로고를 산세프리체로 바꿨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설화수도 해외 진출을 앞두고 브랜드 로고를 간결하게 변경했다.
‘불닭’ 브랜드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삼양식품은 기업 정체성(CI)을 삼양라운드스퀘어(Samyang Roundsquare)으로 개편했다. 오뚜기 역시 해외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회사명 영문 표기를 ‘OTTOGI’에서 ‘OTOKI’로 바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지닌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기존 로고를 그대로 써도 문제가 없었지만, 미주 등 서구권으로 진출국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들이 인지하기 좋은 로고로 개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신규 사업 대신, 잘나가는 주력 브랜드에 집중하고자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손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 변화 및 소비자 세대교체 요구 등에 부응하려는 목적도 있다. 뚜레쥬르(1992년), 올리브영(1999년), 카스(1994년) 모두 출범 30년 안팎의 장수 브랜드이자,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만큼 브랜드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모바일 시대로 전환하면서 시각적인 효과 등을 위해 BI나 CI를 교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브랜드 관리가 철저한 애플이 기존 사과 로고에 걸그룹 뉴진스의 토끼 로고를 적용했듯, 하나의 로고를 고집하기보다 유연하게 로고를 변경·활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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