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39%에도 무죄 선고받은 50대
상승기 고려해 “운전 당시 기준치 미만” 가능성 인정
하루 42건 발생하는 음주사고와 대비되는 이례적 판결

술을 마신 후 운전대를 잡았지만 무죄 선고를 받은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9%로 측정된 50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를 고려할 때 실제 운전 당시에는 처벌 기준치인 0.03%를 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술 마셨지만 깰 때까지 기다렸다” 운전자의 주장

지난해 4월 30일 자정 무렵, 화물차를 몰던 A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청주시 상당구 중흥로에서 강서동까지 약 5km 구간을 운전했으며,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39%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A씨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소주잔으로 3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는 “술이 깰 때까지 1시간가량 기다렸다가 집에 가려고 차량을 몰았다”고 경찰에 말했다.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판결의 근거

청주지법 형사3단독 김경찬 부장판사는 A씨에게 기소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최종 음주 시점으로부터 67분이 지나 운전을 시작했고, 74분이 지난 시점에 운전을 종료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는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인 음주 후 30~90분 사이의 구간에 해당한다”며 “음주 측정 자체는 최종 음주 시점으로부터 97분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으나, 측정값이 처벌 기준치인 0.03%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정확한 음주량이 확인되지 않는 만큼 음주 측정 당시 비틀거렸다는 정황만으로는 그가 실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여전히 심각한 음주운전 사고 현황

이번 판결은 국내 음주운전 사고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는 하루 평균 42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연간 약 15,330건에 달한다.
특히 5년간 평균적으로 약 232명 가량이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부상자 수는 약 24,513명에 달한다.
또한 음주운전 사고는 12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자정 사이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30대(31~40세) 운전자가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22.3%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사고 유형으로는 추돌사고가 46.5%로 가장 많았는데, 음주 후 판단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져 앞차와의 거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편차 뚜렷한 음주운전 발생률

한국도로교통공단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의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7.3%로, 이는 전체 교통사고 중 13.7건당 1건은 음주운전이 원인이라는 의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4.6%)와 부산(5.2%)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인 반면, 충남(9.6%)과 인천(8.9%)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또한 서울은 5.4%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자체별 단속 정책과 대중교통 접근성, 지역 음주문화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대도시보다 교외 지역에서 음주운전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은 귀가 수단의 제한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노력과 법적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례적인 사례로,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