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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취지 대놓고 무력화시키는 사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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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오양은 3년 전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이상훈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분포가 크게 바뀐 모습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사조오양은 3년 전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이상훈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분포가 크게 바뀐 모습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3년 전 주주제안을 통해 사조오양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입성해 큰 주목을 받았던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3년 간 고군분투하면서도 현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지만, 그 자체로 중요한 발걸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으론 이상훈 교수의 선임을 가능케 한 소위 ‘3%룰’을 사조그룹이 대놓고 무력화시키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주주제안 사외이사 임기 만료 임박… 그 사이 쌓은 높은 방어벽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인 2022년 3월, 사조오양은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뜻밖의 중대 변화를 마주했다. 소액주주연대와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이다. 주인공은 상법 및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서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던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였다.

당시 사조그룹은 또 다른 계열사인 사조산업이 소액주주와 거센 갈등을 겪고 있었다. 다만, 사조산업은 편법 논란 속에서도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소액주주연대의 공세를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사이 사조오양이 일격을 당했던 것이다. 이상훈 교수의 사조오양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은 주주행동주의의 성공사례로 평가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회 입성이란 큰 산을 넘었지만, 이후에도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선임 초기 사조오양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있었으며, 이후엔 사내이사가 1명으로 줄어들면서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이상훈 교수를 제외한 이사는 모두 이사회에 의해 추천된 인사였다. 이로 인해 이상훈 교수는 1대8 또는 1대7의 구도 속에 홀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상훈 교수는 이사회에서 여러 안건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으며, 주주가치 보호 및 제고 차원의 각종 의견 및 제안을 개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푸디스트 인수 추진에 총수와 일반주주간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표를 던져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그렇게 이상훈 교수는 3년 임기의 만료가 임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상훈 교수의 재선임 혹은 제2의 이상훈 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상훈 교수가 선임될 수 있었던 건 2020년 도입된 ‘3%룰’ 때문이었다. ‘3%룰’은 감사위원 1명을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하도록 하면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 당시 사조오양은 최대주주 사조대림과 또 다른 계열사 캐슬렉스서울이 각각 60.53%, 0.44%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고, 사조산업도 극소량의 지분을 보유 중이었다. 따라서 ‘3%룰’을 적용하면 사조그룹 측 지분이 3.5%를 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연대가 힘을 모아 이상훈 교수를 이사회에 입성시킬 수 있었다.

사조오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분포는 3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3%룰’이 취지에 맞는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사조오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분포는 3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3%룰’이 취지에 맞는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그런데 최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사조오양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상황을 살펴보면 △사조대림 59.84% △사조씨푸드 3.41% △사조산업 3% △캐슬렉스서울 3% △사조아메리카 2.99% △사조동아원 2.98% △삼아벤처 1.08%로 구성돼있다. 이전에 비해 여러 계열사들이 3%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3%룰’을 적용하더라도 사조그룹 측이 19% 이상의 의결권을 거머쥐고 있다. 

비단 사조오양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다수 사조그룹 계열사에서 공통적으로 같은 양상이 확인된다. 지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도 이상훈 교수가 선임된 이후로 같다. 즉, ‘3%룰’로 일격을 당했던 사조그룹이 제도의 취지를 외면하고,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고한 방어성을 쌓은 것이다.

이는 사조그룹이 규모 상 상호출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의 경우 ‘개별 3%룰’이 적용되는 점을 파고든 것이기도 하다.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 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의 경우 개별적으로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조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제도의 취지를 철저히 외면하고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룰’은 일반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인데, 이를 계열사 간 ‘지분 쪼개기’ 보유로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다.

시사위크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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