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들이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경제 8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245호에서 열린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이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이달 24일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로 확대된다면, 이사들은 배임죄 등의 소송 위협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가 없다”며 “신산업 진출은 과거 반도체, 이차전지처럼 사업 초기에는 영업적자와 주가 하락이 수반되는데, 기업들은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한 소송이 무서워 과감한 투자 결정, 인수합병, 연구·개발(R&D) 등을 주저하게 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부작용을 강조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공격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미 한국기업들은 글로벌 행동주의펀드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상법 개정은 이들에게 국내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2016년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설비투자 예산의 75% 수준인 30조원의 주주환원을 요구했고, 2018년 현대차에 순이익의 4배 수준인 8조원의 주주환원을 요구했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과도한 경영 개입을 더욱 빈번하게 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수 주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핀셋 처방식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미래지향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 발목 비틀기”라며 “정략적 표 계산만 따져가며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질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법 개정안 대신 정부·여당이 추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소액 주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상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고 기업 역동성도 저해하지 않는다”며 “합병과 분할, 우회 상장 등 특정 상황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권익침해가 주로 발생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부분에서 적절한 통제가 이뤄진다면 우리 증시의 고질적 병폐 충분히 고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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