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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백영의 생생 디자인] 안경, 기능이 디자인을 만나다 – 스타일과 기능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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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되던 1985년 여름 어느날, 수업 시간 중 칠판 글씨가 흐릿해 보였다. “드디어 나도 옆집 공부 잘하는 철수 형처럼 멋진 안경을 쓰는구나” 라는 어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며칠 후 할머니 손을 붙잡고 전주 시내 서독안경점을 찾았다. 시력을 재고 한시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뿔테안경이 내 얼굴에 씌여졌다. 그 뒤로 40년 동안 숱하게 많은 안경들이 나의 얼굴을 거쳐갔다. 안경은 이제 스마트폰과 함께 내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안경이다.  

안경은 시력 보정 도구가 아니다.   

조사전문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안경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약 23억5540만달러로 추정된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4년 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11.1%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49억328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엄청나다. 

굳이 이런 숫자 자료를 헤아리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성인 대부분은 안경을 쓰고 있거나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안경 안쓴 친구들을 찾기 힘들 정도이니… 

하지만 누구나 한 두개씩(또는 그 이상)은 갖고 있는 안경은 이제 더 이상 시력 보정의 도구만은 아니다.  

예전에 안경 착용의 목적이 또렷히 보기 위함이였다면, 요즘에는 나를 또렷히 보여주기 위함이 추가됐다. 이제 안경은 개인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자 개성과 감각을 어필하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이다.  

안경의 디자인은 단순한 ‘모양’이 아니다. 안경은 얼굴의 인상을 결정하고, 스타일을 표현하고, 착용할 때 편안함까지 고려해야 한다.  

패션브랜드야 안경브랜드야? – 젠틀 몬스터(Gentle Monster) 

회사 1층 단연 눈에 띄는 매장이 있다.  몇 년전 부터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난 핫한 브랜드 젠틀 몬스터 매장이다. 직업이 디자이너라 이쁘고 새로운 것은 한 번 더 바라보는 습관이 있는데, 지날 때마다 눈에 담아 놓는 곳이다.  

젠틀 몬스터는 너무나 영리하게 그들의 브랜딩을 잘 하고 있는 곳이다. 안경을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했다. 그 철학을 중심으로 마케팅, 브랜딩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혁신적인 공간 마케팅 

잠실, 홍대, 하남 등의 젠틀 몬스터 매장을 방문해봤는데, 들어서는 순간 힙! 함을 온몸을 엄습했다.  

전통적인 안경 매장의 인테리어를 벗어나 마치 현대 미술 전시관에 입장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매장은 수많은 안경이 착하게 진열되어 있는 곳이 아니고, 독특한 조형물, 설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감성을 자극한다. 젠틀 몬스터는 이를 위해 패션 브랜드, 예술가 등과 지속적으로 콜라보를 하고 있다. 

2020년 4월에는 블랙핑크의 제니와 협업하여 ‘젠틀 홈(JENTLE HOME)’ 컬렉션 라인을 전세계에 동시 출시했다. 제니가 자신의 집을 모티브로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담겨져서 환상적인 팝업 스토어 매장을 연출했다. 최근 온라인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한데, 직접 방문을 유도해 몸으로 스며드는 감성 마케팅을 너무나 잘 한 사례다. 2024년 5월에는 젠틀살롱을 런칭했으며, 이후에도 셀럽들과의 협업은 지속되고 있다.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유지 

젠틀 몬스터는 이제 안경 브랜드가 아니다.  글로벌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이다. 매장의 공간 디자인도 파격적이지만, 그들의 제품 디자인은 더욱 더 파격적이고 눈길을 끈다.  

부럽고 놀라운 것은 그 아이덴티티의 일관된 지속성이다. 어느 매장을 가든 같은 조형물은 없지만, 그 특유의 힙한 디자인 감성은 동일하게 유지한다. 안경/선글라스 역시 시간이 흘러도 그 힙함은 계속 유지되며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안다. 그 일관된 지속성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여정이라는 것을… 젠틀 몬스터는 그 철학을 잊지 않고 공공히 다져가고 있다.  

▲힙한 젠틀몬스터 매장 내부 모습. /젠틀몬스터
▲힙한 젠틀몬스터 매장 내부 모습. /젠틀몬스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다 –  브리즘(Breezm) 

얼마 전 안경을 맞췄다. 회사 근처에 있는 브리즘이라는 안경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아주 낯선 경험이었다. 보통 안경점에 안경을 맞추러 가면, 시력 측정을 하고 테를 고르고, 렌즈를 고른 후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면 새 안경이 나온다. 

브리즘은 달랐다. 시력측정 전에 내 얼굴을 먼저 측정했다. 3D 스캐너로 나의 얼굴을 스캔하고 나서 이후 시력측정 및 나머지 상담이 이어졌다.

웬 얼굴 스캔~~~  

몇 십년 동안 안경테에 나의 얼굴을 맞춰 살았는데, 브리즘은 안경이 나를 맞춰주는 곳이다.  나의 얼굴 모양을 정교하게 스캔한 후 그 결과값을 기반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나만의 안경을 제작한다. 나는 양쪽 귀의 높이가 다르다. 실은 누구나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때문에 그 전에 안경을 맞추면, 아무리 안경사님이 보정을 해주셔도 안경이 삐딱하게 한 쪽이 쳐저 있었다. 불편하기도 하고, 보기도 좋지 않았으나 브리즘은 그런 고민 할 필요가 없었다.   

테를 고를 때도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사실 안경쟁이들은 이 때 고민을 제일 많이 한다. 일반 안경점의 가격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저렴한 몇만원 짜리 부터, 백만원 넘는 고가의 안경테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안경테 고르는 데 보낸다. 정확히는 안경테와 가격을 고르는데… 

브리즘은 가격대가 정해져 있다. 다양한 모델이 있으나 모델별로 가격들이 모두 다르지 않고, 세가지 가격대로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다) 나눠져 있다. 그 가격대에서 원하는 모델만 고르면 된다. 일반 매장에서 몇십만원짜리 고르고 속으로 ‘나 호구 되는 거 아닌가’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안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다.  나만을 위한 맞춤 안경이기 때문에 당일 받아 갈 수 없다. 제작 시간과 배송시간까지 합쳐 2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 아니! 오늘 밤에 주문해도 내일 새벽에 받는 요즘에 2주를 기다리라니! 

빨리빨리가 일상인 한국에선 좀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몇십년 동안 내가 안경에 맞춰 살아왔는데, 나를 위해 맞춰줄 안경이 만들어질 2주를 못참겠는가?

그렇다. 못참아서 답답하다. 하지만 앱에 들어가면 실시간으로 나의 안경 제작, 배송현황을 살 필 수 있다. 충분히 기다릴 만하다.  

브리즘은 기존 안경의 틀을 깨고, 단지 디자인만 새롭고, 다른 것이 아니고 총체적 경험을 다르게 접근한 안경 브랜드다.  

▲2주를 기다려 배송된 나만의 안경. /브리즘
▲2주를 기다려 배송된 나만의 안경. /브리즘

40년 안경 사용자의 안경 고르는 법! 

안경 인생 40년이다. 오랜동안 안경과 함께 하다보니 나름의 꿀팁이 생겼다.  

여러분께 살짝 공개하겠다.  

첫째, 소재 부터 시작하자.  

안경의 소재는 크게 금속과 뿔테로 나뉜다. 금속은 인상이 부드럽고 지적인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 범생이 느낌이 난다.  뿔테는 금속에 비해 딱딱하지만 감성과 개성이 도드라진다. 또 테가 금속보다 두껍기 때문에 나의 얼굴을 살짝 가려주는 효과도 있다. 잡티나 주름 다크서클 등을 가릴 수도 있다. 필자는 요즘 무조건 뿔테다. 어두운 뿔테는 인상이 강해보이는데, 투명 뿔테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둘째, 형태에 따라 인상이 바뀐다.  

원형(Round) – 원형은 김구 선생이나 영화 레옹의 주인공 ‘레옹’이 애용한 형태로 무척 스타일리시하다. 개성이 너무나 도드라지기 때문에 웬만한 자신감 없으면 살짝 피해야한다. 물론 ‘패피'(패션피플)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잘 어울린다면 안경으로 부릴 수 있는 멋을 다 부린 최고 멋쟁이가 될 것이다.  

▲영화 레옹 포스터. /나무위키
▲영화 레옹 포스터. /나무위키

판토(Panto) – 원형보다 대중적인 스타일로 살짝 타원형의 안경이다.

원형의 개성에 자신이 없다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착용시 분위기가 부드럽고, 교양이 넘치게 된다.  

▲핀토 스타일의 안경테. /핫선글라스
▲핀토 스타일의 안경테. /핫선글라스

크라운판토(Crown Panto) – 판토가 둥근 타원이 기본 형태라면 크라운판토는 상단 부분을 직선으로 잘라낸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왕관과 비슷해 때문에 크라운판토라고 한다. 예전에 부엉이 안경이라고 놀림을 받은 적이 있어서 피했지만, 지금은 무난한 듯 하면서 멋짐을 살짝 보여주고 있어 구매하고 싶다.  

▲크라운 판토. /clickglasses
▲크라운 판토. /clickglasses

웰링턴(Wellington) – 사각형이다.

현재 내가 착용하고 있는 안경테인데, 뿔테의 웰링턴은 슈퍼맨 느낌이 나서 답답해 보일 수는 있지만 남성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디자인이 조금 심심할 수도 있지만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고려해볼 만 하다.  

▲웰링턴 스타일의 안경. /RS
▲웰링턴 스타일의 안경. /RS

아넬(Arnel) – 웰링턴과 판토의 장점을 모아둔 형태이다.

너무나, 누구나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칫 무난해 보일 수 있어서 개성이 중시된다면 피하고, 고민하기 싫다면 당연히 ‘아넬’이다. 

▲아넬. /라운즈
▲아넬. /라운즈

보잉(Aviator) – 맥아더 장군이 애용했던 선글라스 형태이다.

맥아더 장군은 레이벤 ‘RB3025’ 모델을 착용했는데 남자들은 누구나 꼭 한 번 갖고 싶었던 디자인이다. 일반 안경보다는 선글라스로 무난하며 클래식해 보이는 특징이 있다.  

▲레이벤 선글라서를 착용한 맥아더 장군. /나무위키
▲레이벤 선글라서를 착용한 맥아더 장군. /나무위키

캣아이(Cat eye) – 이름처럼 상단 양쪽끝이 올라간 형태로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필자는 한 번도 시도해보진 못했다.  

▲캣아이. /라포르
▲캣아이. /라포르

셋째, 퍼스널 컬러  

내 얼굴색과 조화가 되는지, 나의 전체적인 몸 형태와 잘 어울리는지 고민하자.  

특히 사람마다 피부색이 조금씩 다르다. 안경사님은 다 어울린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착용해 보고 나의 얼굴 컬러와 테의 컬러가 어울리는지 거울로 반듯히 확인해보자.    

넷째, 렌즈는 가급적 좋은 것으로 

멋부리고 싶은데, 돈이 없었던 시절 안경테에만 한껏 힘을 주고, 정작 렌즈는 제일 싼걸로요~~ 라고 했었다. 바보짓이였다. 눈은 보배 중 보배이다. 너무 저렴한 것보다는 안경사님이 추천해주시는 것 중 본인 구매 기준으로 합리적이다 생각되는 수준으로 선택하길 권한다.  

다섯째, 마음가는대로 

앞서 언급한 것들은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웬만큼 아는 기본 상식일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 고르는 가장 큰 팁은 마음 가는대로 골라보자이다.  

늘 쓰던 스타일보다는 이번엔 부러 정반대 스타일에 도전해 보자. 마음 속 깊이 나에 대한 새로운 감정이 느껴지고 뜻밖의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할머니와 손잡고 안경 맞추러 갔었던 그 여름 그 시절, 첫 안경을 쓰고 어지러워 할머니 손 꼭잡고 돌아오던 그 시절이 그립다.   

글쓴이 한백영은 현재  성균관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겸 롯데이커머스(롯데온) 디자인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생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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