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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빗장, 8년 만에 풀릴까… 목마른 유통街, 한한령 해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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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르면 오는 5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해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최우선 목표로 경제성장을 내세우고,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8년간 이어진 한한령이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19일 ’2025년 외자 안정 행동 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투자 감소를 막기 위한 규제 완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책 일환이라고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 APEC 정상회의, 결정적 해빙 계기 될까

올해 11월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한령 해제에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APEC 의장국을 맡는다. 회원국과 협력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성이 커졌다.

제주항에 입항한 크루즈 '드림호'를 타고 제주를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크루즈 여객 터미널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주항에 입항한 크루즈 ‘드림호’를 타고 제주를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크루즈 여객 터미널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앞서 한한령 이전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던 국내 기업들은 한한령 발표 이후 험난한 8년을 보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한한령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대표적인 중국 수혜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한한령 발효 직후 영업이익이 약 30%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매장을 30% 이상 감축했다. 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으로 노선을 바꿨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미주 지역 매출(5246억원)이 중화권 매출(5100억원)을 소폭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은 본격적인 유럽 진출도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 뷰티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뷰티기업들은 중국 시장 재진출을 위한 차별화한 전략을 수립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상하이 연구개발(R&D) 센터를 확장해 중국인 피부 특성에 맞춘 제품을 개발했다. 현지 플랫폼과 협력해 판매 채널도 다변화했다.

LG생활건강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틱톡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강화하며 Z세대 사로잡기에 나섰다.

◇ 반토막 난 관광객, 회복 신호탄 기대

두 나라 사이 교류 확대에 따라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인 대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이후 이미 중국을 찾는 국내 여행객 수요는 늘고 있다.

2016년 800만 명을 웃돌았던 중국인 관광객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420만 명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작년부터는 460만 명대를 기록하며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한한령 해제 이후부터는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전담 여행사에 따르면 한한령 시행 이후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행 단체 관광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면세 쇼핑 패키지 상품 개발, 중국 결제 시스템 확대, 쇼핑 행사 개최 같은 프로모션으로 매출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었다. 신라, 신세계, 현대, 롯데 등 국내 주요 4개 면세업체 기준 지난해 총 영업손실 규모는 3000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2024년 1분기 기준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각각 18%, 22%로 2016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

백화점업계도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중국어 서비스 강화와 중국인 전용 쇼핑 가이드 재배치 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이 2016년 1800달러에서 2024년 950달러로 뚝 떨어진 점을 고려해, 중저가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갖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 식품업계, 현지화·생산 강화

식품업계는 중국 쇼핑 플랫폼과의 직거래 시스템 강화, 한류 스타와 협업 확대,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삼양식품은 2017년 한한령에도 중국 수출액이 전체 50%를 유지할 만큼 타격을 적게 입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 내 한국 콘텐츠가 활발하게 확산하면서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 식품 생산사업장 5개를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아시아 지역에 가동 중인 생산사업장 총 16개 중 31.2%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 비비고 만두 전용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현지화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2017년 한한령 직후 중국 현지 매출이 13.5% 감소했다. 결국 이 해 농심은 중국에서 2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해 지난해 중국 대형 유통업체 ‘유베이’와 중국 총판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농심이 확보한 중국 유통망은 40만개에 달한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명동관광정보센터에 중국어 안내책자가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명동관광정보센터에 중국어 안내책자가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경기는 현재 내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움츠러든 상태다.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과거 수준의 소비력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국 내 소비 패턴과 취향이 바뀐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한 점을 고려해 한국 기업들이 8년 전과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한한령 해제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고, 시기별로 차례차례 이뤄질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계단식 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가 국내 기업들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언제든 다시 이전처럼 시장을 정책적으로 걸어 잠글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의존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유통기업 역시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지난 8년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작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한령 해제가 호재(好材)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췄던 기존 경영 전략을 한순간에 수정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중국을 통한 성장’에서 ‘중국과 함께하는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협력이 확대된다면 동아시아 경제 블록 형성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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